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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델타항공의 ‘39년 레전드’ “코로나 위기에도 공격적 투자…이전수준 100% 회복”

입력 | 2022-12-18 14:57:00


미국의 항공사 델타항공에는 1983년 입사해 39년 동안 쭉 델타항공에서만 근무한  ‘살아있는 전설‘과 같은 인물이 있다. 밥 소머즈(Bob Somers) 델타항공 글로벌 세일즈 시니어 부사장(62)이다. 전 세계 항공업계에서 한 항공사에 이만큼 오래 있었던 사람도 찾아보기 힘들다. 

밥 소머즈 델타항공 글로벌 세일즈 시니어 부사장. 델타항공 제공



●“코로나는 9·11테러 이후 최대 위기”


소머즈 부사장은 최근 동아일보의 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먼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소회를 밝히면서 “9·11테러 이후 최고의 위기였고, 너무 힘든 시기였다”고 회상했다. 2001년 9월 11일 발생한 세계무역센터 테러 사건은 글로벌 항공업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으로 꼽힌다. 테러 발생 직전인 2001년 8월 전 세계 공급력은 2억5800만 석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테러 발생 직후 월 공급력 1000만 석 이상 감소했다. 세계 2차대전 이후 공급력을 2년 연속 줄이기도 했다. 여객 성장률 마이너스는 물론 항공사들의 순 이익 감소로 돌아섰고, 영업 마진은 그야말로 박살이 났다.  테러 이전의 공급력을 회복하는데 3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델타항공 최악의 부진에 시달렸고, 결국 2005년 미국의 파산기업 보호법인 ‘챕터11’ 지원을 받았다. 이후 델타항공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에 나섰고 2년 뒤 챕터11을 졸업할 수 있었다. 소머즈 사장은 “9·11 당시에 직원들이 하나로 뭉쳐서 위기를 극복했다. 당시에 배운 회복 능력이 오늘날에도 델타의 문화로 이어져서, 코로나 위기 극복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델타항공은 다른 항공사와 공항들이 코로나 기간 직원 해고 등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을 때도, 고심 끝에 해고 대신 임금 삭감에 합의하면서 직원 이탈을 최소화했다. 그는 “정말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직원들을 해고하지 않았다. 이익보다 사람들을 우선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수요가 회복되면 전문성 있는 직원들이 더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 방역 및 입국 제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항공 수요는 빠르게 증가했다. 이에 일부 공항과 항공사들은 여객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서 수하물 및 발권 처리 마비, 항공기 운항 취소 등의 운영 차질을 빚었다. 코로나 기간 직원들을 대량 해고하면서 일할 사람이 부족했던 탓이다. 

밥 소머즈 델타항공 글로벌 세일즈 시니어 부사장이 강연하는 모습. 델타항공 제공

●“위기는 기회” 코로나 기간 공격적 투자 나서  

특히 델타항공은 코로나 기간 서비스 개발과 공항 리모델링, 항공기 도입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를 했다. 코로나 이후를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에서다. 소머즈 부사장은 “코로나 기간 고객들의 니즈(요구)가 크게 변했다. 여행의 모든 과정에서 ‘경험’을 매우 중시하더라. 보다 개인화되면서도 프리미엄 여행을 즐기고자 했다. 이런 고객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비전을 갖춰야만 생존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델타항공은 ‘청결과 위생’을 중시하는 고객들을 위해 ‘델타 캐어 스탠다스’라는 이름의 선도 규약을 도입했다. 100가지가 넘는 방침을 만들어서 고객과 직원들에게 안전한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것이다. 

소머즈 부사장은 “코로나 기간 델타항공은 항공사 최초로 이른바 ‘스페이스 블락’ 이라고 불리는 좌석 띄워 앉기를 결정했다. 매우 중요하면서도 공격적인 결정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맞는 결정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내에서도 거리두기를 하자, 여행객들이 조금은 안심하고 항공기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항공기 정원의 절반을 못 태우게 될 수도 있는 결정이었지만, 손해를 보더라도 안전을 앞세워 지속적인 서비스를 제공했던 것이다.  

또한 기체 경쟁력 강화에도 힘을 썼다. 올해 7월 기존 항공기보다 연료 효율이 뛰어난 B737-10 100대와 에어버스 A220-300 12대 주문을 발표했다. 5월에는 연료 효율성이 20% 더 높은 최신 항공기 A321neo를 도입했다. 또한 인천발 항공기뿐 아니라 대부분의 미국 항공기 내에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를 도입했다. 스타벅스와 제휴를 맺고 마일리지 적립 서비스는 물론 기내에서도 스타벅스를 즐길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강화했다. 

소머즈 부사장은 “여행 계획부터 공항 이용, 탑승과 착륙 때까지의 모든 과정이 고객들에겐 경험이다. 매끄럽고 편리하고 즐거움을 주지 않으면 고객들에게 선택받을 수 없다. 반대로 좋은 경험을 심어주면 다시 델타항공을 선택하게 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델타항공은 안면 인식 등 바이오메트릭 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전환에 나서고 있다. 델타항공 제공

●공항 투자 및 디지털 전환 가속화 

특히 미국 내 델타항공의 허브공항에 대한 투자도 강화했다. LA(LAX)와 뉴욕 라과디아(LGA), 시애틀(SEA) 공항의 대규모 리모델링을 했고, 앞으로도 10여년간 총 120억 달러 이상을 투입해 델타항공의 허브 공항 개선 작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한 디지털 전환도 강화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항공사 수익 향상은 물론 고객들의 편리한 경험을 향상시키는데 필수다. 델타항공은 고객들이 물리적인 탑승권이나 신분증 없이 공항과 항공사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 ID‘ 도입에 투자하고 있다. 바이오메트릭(개인 바이오 정보) 기술 강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체크인 및 수하물 추적, 공항 길 찾기, 비행 일정 변동 실시간 알림 등을 위한 플라이 델타 앱도 디지털 전환에 대표적인 노력이다. 

특히 디트로이트 공항에는 ’평행현실‘ 이라고 하는 최신 기술을 적용했다. 이는 탑승객의 얼굴과 몸의 형태 등을 인식한 뒤, 승객들이 대형 스크린 앞에 서면 승객의 비행 정보 및 탑승 시간, 라운지 정보 등 맞춤형 정보를 스크린에 보여주는 기술이다. 승객이 서 있는 위치에 따라 스크린 각도가 조절되기 때문에, 스크린 앞에 수십 명이 서 있어도 다른 사람들은 내 정보를 전혀 볼 수 없다. 

델타항공은 9·11 테러에 따른 경영 위기를 극복하면서 동시에 공격적인 투자와 체질 개선을 단행했다. 델타항공은 다른 항공사와의 합병 및 아에로멕시코와 버진애틀랜틱 등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제휴를 늘렸다. 비행기 운임을 결정하는 내부 모델도 바꿨고, 예약 시스템을 외주를 주지 않고 회사 안으로 가져와서 예약 데이터를 직접 관리하는 미국 내 유일한 항공사가 됐다. 여기에 정유공장도 인수하면서 유류비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내부 구조도 갖췄다. 특히, 임직원에 대한 성과급 체계도 개편했다. 직원들과 이익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매년 세전 수익의 10%를 임직원들에게 지급했는데, 경영자들에 대한 보상은 임직원에 대한 보상이 지급된 뒤에야 실시했다고 한다. 

미국 디트로이트 공항에 도입된 델타항공의 ‘평행현실’ 시스템. 승객 안면과 몸의 형태 등을 파악한 뒤, 승객 맞춤형 비행 및 탑승 정보, 길 찾기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다른 사람은 내 정보를 전혀 볼 수 없다. 델타항공 제공

●한국 시장은 코로나 이전보다 100% 회복

델타항공은 2018년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를 맺으면서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 했다. 조인트벤처는 서로의 이익까지도 공유하는 항공업계 최고 수준의 협력이다. 델타항공이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한국 시장에서의 성과도 확대되고 있다. 18일 국토교통부의 항공통계에 따르면 올해 11월 델타항공의 인천~미국 탑승객 숫자는 6만1805명 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1월(5만8713명) 보다 승객 수가 더 늘었다. 올해 9~11월 기준 델타항공을 타고 인천에서 미국으로 간 탑승객 수는 8만5694명으로, 2019년 같은 기간 (8만5059명) 수치를 넘어섰다. 한국에 취항하는 외국 항공사 중 코로나 이전 수준을 이미 뛰어넘은 첫 항공사다. 

소머즈 부사장은 “연말까지 가면 인천~미주 노선의 경우 코로나 이전의 110% 수준으로 여객이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인천~미니애폴리스 노선을 새롭게 열었는데, 미니애폴리스는 델타의 주요 미국 허브 공항 중 하나다. 미국에 도착해도 어디든 갈 수 있고, 반대로 인천에 와도 어디든 갈 수 있는 어디에도 비할 바가 없는 접근성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어 “적절한 시기에 한국의 각종 방역 규제가 완화됐다. 여기에 대한항공과의 조인트벤처를 통해서 다양한 스케줄을 제공하고 최고의 태평양 횡단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었다. 공급이 계속 늘고 노선이 확대되면 수요도 덩달아 증가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델타항공은 12월 13일부터 인천국제공항과 시애틀 국제 공항 (SEA-TAC) 간의 직항 노선을 주 3회 추가 운영하기 시작했다. 시애틀 직항 노선을 추가 운영하면서 델타항공의 한 노선 규모도 코로나 이전인 2019년보다 10% 증가하게 됐다. 이 밖에도 델타항공은 한국 고객들을 위해 9월부터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인 델타 프리미엄 셀렉트에 제육볶음 메뉴를 추가했다. 델타항공은 한국 여행사들과 협력을 넓히고, 고객들의 효율성이나 만족 등을 높일 수 있는 고객 서비스 개발을 위해 더 많은 투자를 할 계획이다. 

델타항공 A330-900neo. 델타항공 제공

●코로나 이후 달라진 고객 트렌드에 집중해야 

소머즈 부사장은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고객 트렌드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객의 1순위는 안전과 청결성이다. 청결에 대한 기대 수준은 계속 높아질 것”이라며 “최근에 느낀 건 코로나 팬데믹 이후 비즈니스 여행이 처음으로 프리미엄 레저 여행을 앞지르는 추세더라. 기업들은 이미 95% 이상 출장을 재개했다. 미국의 경우 비즈니스 여행은 9월 첫 주 미국 노동절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기업 고객 매출과 기업들의 국제선 수요가 늘면서, 3분기(7~9월) 델타항공의 매출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이었던 2019년 3분기보다 오히려 3%다 더 늘었다”고 말했다.  개인 여행의 경우도 큰 도시들 보다는 개방된 야외 공간이 많은 산이나 바다 등을 많이 선택했다고 한다. 

소머즈 부사장은 “39년 전 수하물을 처리하는 일을 시작으로 오랜 기간 델타항공에 있으면서 배운 점은 결국 직원과 고객들에게 만족을 주는 것이야말로, 고객들이 델타항공을 또 선택하게 하는데 중요하다는 점이다. 나는 이런 선순환을 믿는다”며 “고객들과 직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전달하고, 전 세계 사람들을 연결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너무 즐겁다”고 밝혔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