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잡아라”… 유통업계, 캐릭터 마케팅 롯데몰 ‘잔망루피’ 팝업 공간, 절반 이상을 포토존으로 꾸며 MZ세대부터 가족단위 고객까지 인증샷 찍고 캐릭터 먹거리 구입
서울 영등포구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에 설치된 17m 높이의 ‘푸빌라’ 조형물 앞에서 시민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푸빌라는 신세계가 만든 자체 캐릭터로 하얀 곰을 닮은 귀여운 솜뭉치 캐릭터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롯데백화점은 이달 25일까지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홀리데이 위드 잔망루피’ 팝업 행사를 연다. 잔망루피는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의 주인공 루피를 ‘어른이’(어른+어린이·어린이 대상의 영화, 캐릭터 등을 좋아하는 어른들) 콘셉트로 변형한 캐릭터다. 팝업 공간 약 90평(약 300m²) 중 절반 이상을 포토존에 할애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꾸민 공간엔 ‘루돌프 루피’ 등 크고 작은 캐릭터 조형물로 가득 채웠다. 인형부터 문구류, 모바일 액세서리에 이르는 한정판 굿즈도 다양하게 판매한다.
유통업계가 연말을 맞아 어린이는 물론이고 ‘어른이’의 마음까지 사로잡기 위한 캐릭터 마케팅에 일제히 돌입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팝업 행사를 열거나 알록달록한 캐릭터 케이크를 판매하는 등 동심을 자극하고 있다.
○ 팬덤 탄탄한 캐릭터로 남녀노소 공략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캐릭터 조형물로 인증샷 발길 모으기에 나섰다. 신세계백화점은 자체 캐릭터인 ‘푸빌라’를 활용했다. 이달 말까지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 정문 광장에는 17m 높이 초대형 푸빌라 조형물이 전시된다. 크리스마스를 기념해 고깔모자와 망토를 씌웠다. 점포 1층에는 푸빌라 NFT(대체불가토큰) 이미지를 감상할 수 있는 전시 공간도 마련했다. 본점과 강남점에선 푸빌라 모양 크리스마스 케이크와 구움과자 등 먹거리도 판매한다.신세계사이먼 프리미엄아울렛은 데브시스터즈의 게임 ‘쿠키런’ 캐릭터로 놀이동산 분위기를 연출했다. 여주점은 다음 달 15일까지 다양한 쿠키런 조형물과 눈 덮인 과자집이 중앙광장을 장식한다. 주말에는 쿠키런 굿즈 150여 종을 할인가에 구매할 수도 있다.
업계가 캐릭터 마케팅을 앞다퉈 진행하는 건 유아동 자녀를 동반한 가족 단위 고객부터 캐릭터에 열광하는 MZ세대 팬덤까지 두루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90∼2000년대 초 인기를 구가했던 캐릭터의 경우 3040세대의 추억을 자극하기도 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잔망루피 굿즈 구매 고객의 90%가 18∼33세”라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캐릭터산업 시장은 약 12조2500억 원 규모에 이른다.
특히 캐릭터는 탄탄한 콘셉트를 갖추고 있어 소비자 몰입도가 높고 제품에 적용하기 쉽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확한 콘셉트를 바탕으로 브랜드에 대한 친밀감을 빠르게 높일 수 있고 주된 색감 등을 광고물이나 제품 디자인에 적용하기도 쉽다”며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서라도 인기 있는 캐릭터의 IP(지식재산권)를 확보하려 경쟁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 연말 대목 맞아 먹거리에도 캐릭터 접목
뚜레쥬르 크리스마스 한정판 케이크. 아트토이 피규어로 장식했다. 각 업체 제공
애니메이션 ‘피너츠’ 캐릭터를 활용한 배스킨라빈스의 아이스크림 케이크. 각 업체 제공
실물 상품은 물론이고 디지털 콘텐츠로도 활용한다. 롯데제과는 대표 제품 ‘칸쵸’의 카니와 쵸니, ‘말랑카우’의 말랑이 등을 이달 24일까지 NFT로 판매한다. 귀여운 동물 캐릭터를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아콘찌’ 작가와 협업했다. 공식 온라인몰에서 총 4000개를 각 1만7500원에 판매하며 구매 고객에겐 ‘간식자판기’ 등 기획상품을 함께 제공한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