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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챙기기용 ‘정부예산 감액’ 대치… 野 “1%” 與 “0.5%”

입력 | 2022-12-19 03:00:00

정부 예산안 1%내외 감액후
비슷한 수준 지역구 예산 증액
與 “국회 관행 깨야… 당정 공감대”
野 “감액은 국회권한… 文때도 수용”




예산안 협상 또 빈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 사진)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회동을 마친 뒤 각각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여야는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시한 내년도 예산안 처리 시한인 19일을 앞두고 주말에도 협상을 이어갔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내년도 예산안 논의를 위해 여야가 주말 동안 릴레이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두 번째 시한으로 정한 19일 타결도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여야의 예산안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는 이면에는 그간 ‘국회 몫’으로 여겨져 온 증·감액 규모를 둘러싼 간극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예년처럼 예산안 중 1% 내외(약 5조 원)의 증·감액을 주장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0.5%가량인 3조 원 정도만 손볼 수 있다”는 태도다.
○ 與 “관행적인 1% 증·감액 깨뜨려야”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가 예산안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은 예산안 감액 규모에 대한 이견이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못지않게 컸기 때문이다. 핵심은 ‘국회의 1% 증·감액’을 둘러싼 힘겨루기다.

동아일보가 2008년 이명박 정부 첫해 예산부터 지난해 문재인 정부 마지막 예산까지 14년 치 예산안 수정안을 분석한 결과 그간 국회는 정부안의 1.1%가량을 감액한 뒤 비슷한 금액을 기획재정부와 합의해 증액해 왔다. 전체 규모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세부 내역을 국회가 손본 것.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그간 기재부는 국회 제출 예산안에 (감액을 대비해) 1% 정도 여유를 둬 왔고, 이 1%의 일부를 여야 재량으로 가져갈 수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을 앞두고 여권에서는 “국회에서 정부 총지출의 1%가량을 증·감액해 온 관행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실과 정부도 여야가 관행적으로 예산 증·감액을 통해 일부를 지역구 예산으로 나눠 갖는 것이 문제라는 데 공감했다”며 “올해 감액 규모를 대폭 줄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 국회는 정부 예산안을 5조6000억 원 감액하고, 8조9000억 원 증액하는 과정에서 지역 연계 사업에 7526억 원을 늘렸다. 이 중 당시 여야 원내대표의 지역구가 있는 경기 구리시에 213억 원, 울산에 274억 원의 예산이 추가로 배정됐다. 올해도 민주당은 정부안의 일부를 칼질한 예산을 지역화폐, 공공임대주택, 기초연금 부부감액 폐지 등 야당이 강조하고 있는 항목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국민의힘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오후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 원내대표회동에 참석해 예산안 막판 협상을 앞두고 인사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지역구 예산 증액이 어려워진 여야 의원들 모두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처음부터 정부가 건전 재정이라는 목표 아래 허리띠를 졸라맸기 때문에 타협의 여지가 많지 않다”고 전했다. 반면 야당 관계자는 “감액권은 헌법이 보장한 국회의 권한”이라며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평균 5조 원가량을 국회에서 감액했고 (당시) 정부도 수용했다”고 말했다.
○ 與 ‘3%P’ vs 野 ‘1%P’ 법인세 이견도 여전
법인세 등 다른 쟁점 항목에 대해서도 여야는 물러서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의힘은 3%포인트에 준하는 정도의 인하가 있어야 된다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의장 중재안(1%포인트 인하)을 받아 달라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행정안전부 경찰국,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에 대한 이견도 여전해 여야는 다음 본회의 날짜도 정하지 못했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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