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력 감축 본격화] 기업들 “현금 확보해야 살아남아”… 연말 희망퇴직 등 본격 구조조정 4대 시중은행 이미 1817명 짐싸… ‘코로나 특수’ IT인력도 감축 대상
최근 국내 한 플랫폼 스타트업 A사는 전체 직원의 20%를 감원했다. 경기가 어려워지자 A사에 투자했던 벤처캐피털(VC)이 ‘내년에 수익을 어떻게 낼 것인지’ 계획을 내라고 압박했고 A사는 구조조정을 택했다. 업계 관계자는 “평판이 생명인 플랫폼 기업이 직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을 한 것은 감원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들은 연말 희망퇴직을 받는 등 본격적인 인력 감축에 들어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정보기술(IT) 기업 중심으로 한동안 번졌던 ‘구인 대란’은 가고 기업 규모나 업종과 관계없이 ‘인력 내보내기’가 확산되고 있다.
○ 가전·해운·금융·유통 등 전방위적 칼바람
‘조만간 가능성 있다’는 응답자의 직장을 분석한 결과 중견기업(39.2%), 대기업(37.7%), 중소기업(30.8%), 스타트업(18.6%) 등의 순이었다. 자금 여력이 상대적으로 나은 대기업들도 경기 침체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은행, 증권사 등 금융권에서도 희망퇴직이 줄을 잇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KB국민(674명), 신한(250명), 하나(478명), 우리(415명) 등 4대 시중은행에서 이미 1817명이 희망퇴직을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지며 오프라인 영업점의 인력 감축이 절실해졌다”고 했다. 증권업계에서는 계약직 직원에 대해 ‘계약 해지’ 바람도 불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롯데면세점이 14일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전체 인력의 15% 수준인 직원 약 160명이 대상이다. 롯데하이마트도 전체 직원의 3분의 1 수준인 총 1300여 명에 대해 희망퇴직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감원의 칼바람이 언제든 몰아닥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큰 상태”라고 말했다.
○ 코로나 시기 대거 채용된 IT 기업 감축 늘어날 듯
인력 감축 흐름은 대상 연령대가 낮아지는 추세를 보인다. 우리은행은 1967년생부터 행원급 1980년생(42세)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NH농협은행도 지난달 10년 이상 근무한 만 40세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2020∼2021년 30, 40대 인력들이 속도 조절 없이 과포화됐다”며 “경기 악화로 몸집을 줄여야 하니 젊은층까지 감원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비대면 수요가 늘며 IT 업종에서 대거 채용됐던 인력들도 감원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1위 멀티채널네트워크(MCN) 기업으로 유튜버를 육성하는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전체 직원 560여 명 중 일부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트위터 한국지사도 전체 임직원 30여 명 중 일부 직원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트위터코리아 커뮤니케이션팀은 완전 해체됐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가 나빠지면 기업은 인력 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정부가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는 일자리 미스매칭 문제 해결이나 직업교육·재교육 등 맞춤형 정책들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