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시민들이 의회의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 탄핵에 항의하며 벌이는 시위가 2주째 계속되는 가운데 미 국무부가 페루 지도부를 향해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신임 대통령을 향해 “필요한 개혁 추진 및 민주적 안정 유지를 위한 노력을 배가할 것을 촉구했다”고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전했다.
블링컨 대변인은 “미국은 볼루아르테 대통령과 공동의 목표와 가치에 대해 긴밀히 협력하길 기대한다”며 “정치적 분열을 완화하고 화해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모든 관계자들이 건설적 대화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미 국무부가 수신처로 삼은 볼루아르테 새 정부가 국민 지지를 받지 못해 이번 사태를 악화하고 있다는 점은 블링컨 장관이 촉구한 사태 해결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움을 시사한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시위대의 불만을 가라 앉히기 위해 2026년 7월 예정한 총선·대선 일정으로 내년 12월로 앞당기는 법률안을 의회에 상정했지만, 이 안건은 부결된 데다 시위대 역시 즉시 선거를 요구하고 있어 리더십을 잃었다.
페루에서는 지난 2016년 취임한 파블로 쿠친스키 대통령이 수뢰 의혹으로 2018년 의회에서 탄핵된 뒤부터 정국 혼란이 이어져 왔다. 의회는 선거를 다시 여는 대신 승계서열 차순위를 취임시키고 재차 탄핵하는 방식으로 권력을 유지, 대통령을 3명이나 갈아치웠다.
카스티요 대통령은 이 혼란 속 6년 만에 투표에 의해 선출된 5번째 대통령이었는데, 의회가 또 탄핵시켜버리자 시민들이 들고 일어선 것이다.
시민들은 의회의 권한을 당장 중지하고 총선과 대선을 다시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위대 중 일부 카스티요 지지자들은 그의 사면과 복권도 요구하고 있다.
카스티요 대통령은 이달 7일 의회 해산 및 계엄령 발령 권한을 행사했지만 의회와 군은 모두 이를 무시하고 탄핵안 찬반 투표를 강행, 가결 직후 멕시코 대사관으로 피신하던 카스티요 대통령을 구금해버렸다.
이후 페루 의회와 새 정부는 카스티요 대통령을 18개월간 재판도 없이 구금하는 명령을 내려 사법부의 인용을 받은 상태이며, 전국에 비상사태를 선포해 시민들의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지만, 시위는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페루 보건당국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10대 5명을 포함해 최소 19명이 사망하고 569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됐지만, 경찰이 진압에 최루탄은 물론 실탄까지 사용하고 있어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