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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자체-농민 협업해 ‘과수화상병’ 막는다

입력 | 2022-12-20 03:00:00

농촌진흥청



화상병 예측 모니터링 시스템.


최근 우리나라에 문제가 되는 과수화상병은 2015년 안성의 배 농가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이후 올해까지 전국적으로 28개 시군으로 발생이 확대됐다. 방역 당국과 사과·배 재배 농업인이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과수화상병은 사과, 배에 치명적인 세균 병으로, 생산량 감소로 인해 상당한 손실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2016년부터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과수화상병 팬데믹 극복을 위해 연구개발과 기술지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24년까지 248억 원을 투입해 총 6개 분야 24개 연구과제가 진행되고 있으며, 올해는 30개 연구기관에서 20개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선문대, 에피넷㈜과 함께 개화기의 과수화상병 감염 예측정보와 방제시기를 알려주는 ‘K-메리블라이트’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에서 개발되어 동부지역에서 적용되고 있는 ‘Maryblyt’ 모델을 우리나라 기상과 재배 상황에 맞게 개선하였다.

이 프로그램은 사과와 배의 발아, 개화, 낙화 등 생육단계와 온도, 강우 등 기상정보 시뮬레이션으로 꽃이 피는 시기의 감염 가능성을 예측해 방제 적기를 제공하며, 병원균이 존재하는 가지 등에서 과수화상병 증상이 발현되는 시기를 예측할 수 있다. 실제 새로 개발된 모델을 적용하자 기존에 76.5%였던 방제 효과가 92.7%로 크게 증가했다. 또, 과수화상병 감염 후 처음으로 나타나는 증상인 꽃 마름 증상을 눈으로 볼 때보다 최소 3일 전에 발견할 수 있어 조기에 병을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시스템은 2021년 처음으로 화상병이 발생하거나 인접한 전국 22개 시군과 790개 지점의 기상 관측망을 활용하여 1만 명이 넘는 선도 농가에 문자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과수화상병 확산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하였으며, 2022년에는 32개 시군, 1197개 지점으로 서비스 제공 지역이 확대됐다.

코로나 바이러스 진단 기술로 많이 알려지게 된 실시간 피시아르(RT―PCR)도 과수화상병 확산 저지에 큰 역할을 하였다. RT―PCR의 정밀도는 매우 높아 눈으로 증상이 보이지 않는 잎이나 가지에서 10∼100마리의 병원균만 존재해도 진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 농촌진흥청 연구진은 빅데이터 분석으로 과수화상병만 찾아낼 수 있는 표식을 발견해 세계 최고 수준의 학술지에 실려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예측시스템 관측 장비.

농촌진흥청은 개발된 과수화상병 특이적 실시간 PCR 기술을 이용하여 충주와 수원에 현장 진단실을 운영하고 당일 시료 운반체계를 도입해 3∼5일 걸리던 것을 진단의뢰 당일에 바로 결과를 통보하여 진단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과수화상병 방제약제 개발은 매우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장기적인 시각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에서 현재 사용 중인 항생제와 방제 효과가 비슷한 합성 살균제 1종을 선발하였고, 전남대와 농촌진흥청에서는 개화기 방제제로서의 가능성을 가지는 미생물 2종을 선발하였다. 이 물질들은 약효·약해와 독성시험 등을 거쳐 빠르면 2025년에 시제품이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이세원 작물보호과장은 “우리나라 과수산업의 발전을 위해 과수화상병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라면서 “과수화상병 방제를 위해 중앙과 지방의 관계 기관이 원활한 협업 관계를 유지하면서 농업인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김신아 기자 s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