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회사를 다니는 개발자 A 씨는 한 달에 40시간 넘게 야근을 했다. 회사에서 포괄임금제를 내세워 무조건 40시간은 야근을 해야 한다고 강요했기 때문이다. A 씨는 주말과 휴일까지 나와서 일해야 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40시간 넘게 일했지만 추가 수당을 받지 못했다.
A 씨처럼 ‘공짜 노동’을 강요하도록 악용될 수 있는 포괄임금제에 대해 정부가 처음으로 기획형 수시감독에 나선다. 기업들이 포괄임금제를 오남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내년 초 종합 방지 대책도 마련한다.
이번 감독은 포괄임금제 오남용을 대상으로 정부가 실시하는 첫 기획형 수시감독이다. 고용부는 지난 수개월간 제보와 지방노동청에 접수된 신고, 언론 보도 등을 토대로 감독 대상이 될 사업장을 파악해왔다. 다음 주까지 대상 사업장을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해당 사업장에서 직원들의 출퇴근 기록 등을 파악해 연장 근로시간 제한, 초과 근무에 대한 수당 지급 등 법 준수 여부를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포괄임금제와 고정 OT 계약은 근로기준법상의 제도가 아닌 법원 판례에 따라 형성된 임금지급 방식이다. 포괄임금제는 기본급, 연장·야간·휴일 수당 등 각각 산정해야 할 항목들을 일괄 금액으로 준다. 예를 들어 기본급과 각각의 법정 수당을 모두 합쳐 월 100만 원을 주거나, 기본급 70만 원에 법정 수당 30만 원으로 나눠 월 100만 원을 주는 식이다. 이와 비슷한 고정 OT 계약은 법정 수당의 전체 또는 일부를 일정액으로 준다. 연장 10만 원, 야간 10만 원, 휴일 10만 원을 매달 고정적으로 주거나 연장 10만 원을 고정적으로 주면서 휴일·야간 근로가 발생할 때마다 이에 대한 수당을 줄 수도 있다.
법원은 판례를 통해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기업 등에 대해 예외적으로 이 같은 계약 방식을 인정해왔다.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해도 당사자간 합의를 거쳤고 근로시간 규제를 위반하지 않았다면 유효한 계약으로 인정받았다.
정부는 포괄임금제의 필요성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이 제도로 인해 근로자들이 공짜 노동을 하는 사례는 막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앞서 전문가 그룹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도 12일 노동시장 개혁 권고문에서 포괄임금제의 오남용을 막을 방안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주문했다. 이에 이번을 시작으로 포괄임금제 오남용 의심 사업장에 대한 기획 감독을 이어가는 한편 내년 1분기(1~3월) 중 ‘포괄임금·고정 OT 오남용 방지 대책’도 발표할 계획이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