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의료원 메디사이언스파크-고영캠퍼스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 활성화 최고 수준 산학협력 연구 지원… 올해 약 1500억 외부연구 수주
서울 성북구 정릉에 조성된 메디사이언스파크. 고려대의료원 제공
지난 3년간의 코로나19 팬데믹은 국내 의료계를 위축시켰다. 대다수 병원들은 중장기 인프라 투자 및 시스템 개선보다는 당장의 진료수익 감소로 인한 대응 방안에 골몰해야 했다.
그러나 고려대의료원의 행보는 달랐다. 병상이나 진료공간의 확장이 아닌 연구 중심 캠퍼스인 정릉 메디사이언스파크와 청담 고영캠퍼스를 잇달아 선보이며 국내 의료계에 큰 주목을 받았다.
고려대의료원이 2021년 한 해에만 2개 연구플랫폼의 문을 연 것은 일찌감치 미래 성장동력이 연구에 있음을 인식하고 국내에서 가장 먼저 ‘연구 중심 의료기관’을 표방해 왔기에 가능했다. 중증 난치성 질환 극복을 위한 의료신기술 개발과 차세대 정밀의학 실현은 대학병원의 단독 역할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고려대의료원의 새로운 혁신연구 허브인 메디사이언스파크와 고영캠퍼스가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통해 산학협력 활성화를 최우선 원칙으로 삼고 있는 이유다.
핵심 키워드는 ‘산학협력’
지난해 서울 성북구 정릉에 조성된 메디사이언스파크는 기획 단계부터 유기적인 산학협력이 이루어지는 융복합 연구개발(R&D) 허브를 핵심 개념으로 탄생했다. 위험도가 높은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첨단 생물안전 연구시설을 비롯해 동물실험 시설, 최신 연구장비 등을 구축해 외부 산업체 및 연구기관들과 자유롭고 창의적인 공동연구를 통한 오픈 이노베이션이 활발히 이루어지도록 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말 고려대의료원은 SK바이오사이언스와 감염병 연구 및 차세대 백신플랫폼 개발 협약을 맺고 3년간 50억 원 규모의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조만간 가시적인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메디사이언스파크에는 이미 자체 GMP(우수제조품질보증) 제조시설을 갖춘 항암신약 업체를 비롯해 의료 빅데이터, 난치성 질환 및 유전자 치료제, 디지털치료제 등을 주력으로 하는 유망 헬스케어 기업 및 스타트업 6곳이 자리 잡았다. 파크 내 최대 30여 개 기관까지 입주를 확대해 산학협력을 통한 융복합 연구의 파이를 더욱 키운다는 계획이다.
서울 강남 요지에 우뚝 선 청담 고영캠퍼스도 최적의 산학연(産學硏) 협력 요건을 갖추고 있다. 캠퍼스에 야심차게 자리한 임상연구지원본부는 고려대의료원이 전 세계 종합병원 최초로 획득한 유럽 의료기기법에 부합하는 ‘ISO 14155’ 인증을 바탕으로 국산 의료기기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클라우드 기반 병원정보시스템(P-HIS)을 기초로 한 메디컬 이미지 분석 및 연구가 이루어지는 ‘의료영상센터’와 고령화사회에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다국적 홈헬스케어 기업 등이 입주해 있어 산업계와 다양한 협업 스펙트럼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사업화로 꽃 피우는 산학협력&연구지원
고려대의료원은 9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36억 원 규모의 ‘5G 기반 이동형 유연의료 플랫폼 기술 개발사업’을 수주했다. 이는 인공지능(AI)과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재난 현장에서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글로벌 이동병원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국산 기술에 기반해 고도화된 시스템을 만들어 향후 해외 시스템 수출까지 염두에 둔 아이템이다.
산학연병(産學硏病) 융복합연구 추진을 위한 고려대의료원의 산학협력 및 연구지원 시스템은 단일 의료기관으로서 규모와 짜임새 면에서 국내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2004년 고려대 산학협력단 산하 의무산학협력실로 시작한 조직은 2014년 의료원산학협력단으로 지점 승격됐다.
현재는 산학협력, 연구전략, 기술사업화 등으로 세분화된 부서 외에 연구대상자 보호와 임상연구 지원을 위한 의료원 전담조직을 더해 60여 명의 인력이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성과 역시 눈부시다. 고려대의료원의 외부 연구과제 수주액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13%의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예상액은 약 15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빼어난 성과는 성공적인 기술사업화를 위한 체계적인 지원시스템 덕분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고려대의료원 기술사업팀에 소속된 변리사들은 연구자들의 결과물에 대한 특허성을 상시로 확인해 출원을 돕는다. 내외부 전문가의 평가를 통해 선정된 우수기술에 대해서는 국내외의 거의 모든 마케팅 행사에 참여해 해당 기술을 알리는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113억8000만 원에 달했던 고려대의료원의 기술이전 계약금액은 올 연말까지 3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함병주 고려대의료원 산학협력단장은 “진료, 연구, 교육 현장의 아이디어와 핵심 연구를 바탕으로 한 교원의 직접 창업도 활발하다”며 “이를 육성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고려대 의료기술지주를 통해 창업한 기업은 29개사, 전체 기업가치는 현재 3200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미래병원의 토대가 될 산학협력 확장과 의과학 인재양성
고려대 메디사이언스파크 동화바이오관에 조성된 항암신약 GMP 시설. 고려대의료원 제공
고려대 의과대학은 올 초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원하는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사업’ 주관기관으로 2회 연속 선정됐다. 임상 의사를 대상으로 의과학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국내 바이오메디컬 산업 혁신성장을 촉진하는 사업이다.
고려대 의대는 주관기관 자격으로 영남대, 중앙대, 한양대, KIST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향후 3년 동안 정부로부터 총 25억 원을 지원받아 연구 지원, 의사과학자 양성 인프라 구축,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