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가운데)과 여야 원내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산안 관련 회동에 앞서 기념 촬영을 마친 후 자리로 향하고 있다. 2022.12.16 뉴스1
올 한 해 한국의 나라살림 적자가 1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재작년 112조 원, 지난해 90조6000억 원에 이어 3년 연속 100조 원 안팎의 적자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경제기구, 국가 신용등급을 결정하는 글로벌 신용평가회사들은 급증하는 한국의 재정적자에 이미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올해 한국의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00조 원을 넘겨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연속 적자를 내게 된다. 2019년 54조4000억 원이던 적자는 2020년에 갑절 넘게 급증한 뒤 계속 100조 원 주변을 맴돌고 있다. 팬데믹 대응, 대선 공약 이행이란 명목으로 전·현 정부가 선심성 돈 풀기를 남발한 영향이 크다. 이에 따라 중앙·지방 정부가 진 빚인 국가채무는 5년 전 660조2000억 원에서 올해 말 1068조8000억 원으로 408조6000억 원 불어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자 비율도 36%에서 49.7%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정부는 2년여 전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 방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가 나라 안팎에서 제기되자 재정 건전성 지표가 일정 기준을 넘지 않도록 통제하는 규범인 재정준칙을 도입하겠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헌법·법률로 기준을 엄격히 규정한 선진국들과 달리 느슨한 기준을 시행령으로 정하기로 했고, 적용 시점도 2025년으로 미룬 맹탕 준칙이었다. 그마저도 국회를 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다.
과거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때 한국은 탄탄한 재정을 딛고 위기를 넘어섰다. 이번에는 나라 곳간이 심하게 부실해진 상태에서 사상 초유의 글로벌 복합위기를 맞고 있다. 구속력 있는 재정준칙을 올해 만들지 못하면 경기침체가 가속화할 내년 이후에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재정이 파탄 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여야는 당장 재정준칙 도입 논의를 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