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때 세금 걷으려 소유주 부여… 오염 우려에도 국가 관리 어려워 매년 땅값 오르는데 예산-홍보 부족 국유화사업 15년간 3% 매입에 그쳐 멸종위기종 서식지부터 매입해야
충북 제천시 월악산국립공원 송계계곡 부근 사유지에 양어장이 있던 모습(왼쪽 사진). 국립공원공단은 2019년 이 사유지를 매입한 뒤 수질오염을 야기하던 양어장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각종 수생식물을 심은 ‘소생물 서식지’를 조성했다. 국립공원공단 제공
‘전국 국립공원 내 ○○○ 면적은 1265km²다.’ 빈칸에 들어갈 말은 무엇일까?
답은 ‘사유지’다. 2022년 기준으로 전국 국립공원 내에 있는 개인 소유 토지, 즉 사유지의 면적은 1265km²로 전국 육상 국립공원 면적(3973km²)의 31.8%를 차지한다.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매우 높은 비율이다.
국립공원의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동식물 생태를 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공원 부지를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 정부도 이런 이유로 2006년부터 사유지 국유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15년간 매입한 땅은 전체 사유지의 3%뿐이다.
○ 국립공원 사유지 韓 31.8%, 캐나다 0%
사유지 비율이 높으면 국립공원 관리는 당연히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최유화 국립공원공단 보전정책부 계장은 “2018년부터 매입 협의를 진행한 충북 제천 월악산국립공원 내 송어 양어장 부지의 경우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달이 사는 송계계곡 바로 옆이라 수질 오염이 우려됐지만 사유지 내 시설이라 제재하기 어려웠다. 오랜 협의 끝에 해당 부지를 2019년 공단이 매입한 뒤에야 시설을 철거하고 오염 유입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정부는 국립공원 내 사유지를 매입해 자연화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을 시작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5년간 매입한 사유지는 45.6km², 전체 사유지의 3% 수준에 불과하다.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예산이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예산을 555억 원으로 전년도(150억 원)보다 3배 이상 증액하긴 했지만 아직도 남은 사유지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땅값도 계속 오르고 있다. 공단 분석에 따르면 사유지 999km²(사찰 소유 토지 제외)를 매입하는 데 드는 비용은 현재 기준 6조5000억 원이지만 3년 뒤인 2025년에는 공시지가 상승으로 8조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여전히 사유지 매입제도를 모르는 사람도 많다. 국립공원 내 땅을 소유하고 있는 한 소유주는 “개발할 수도 없고 팔면 제값을 못 받을 것 같아 골칫덩이 땅이었는데 최근에야 매입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고 담당 사무소에 연락했다”고 말했다.
○ 보호·보존지역 매입부터
공단은 현수막, 마을 간담회, 홈페이지 등을 통해 사유지 매입제도와 필요성을 꾸준히 홍보하고 있다. 이런 홍보와 예산 증액 덕에 지난해에는 “내 땅을 사 달라”고 신청한 소유주들이 전년 대비 51% 늘기도 했다.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가 최근 적극 매수하고 있는 평두메 습지 인근 사유지도 국립공원 특별보호구역이다. 멸종위기종 삵과 천연기념물 원앙 등이 살고 있는데, 사유지인 논과 밭에 농약, 비료 같은 오염물질이 계속 유입되고 있다. 배선영 사유지 매입 담당 주임은 “인근 소유주들을 계속 설득하고 있다. 매도를 결정하기 전까지는 친환경 비료를 지원하며 오염을 최소화할 방침이다”고 전했다.
최 계장은 “소유주가 (공단의) 감정가 이상의 가격을 희망해 매입이 불발되는 경우도 있는데, 소유주분들도 국립공원을 지키는 데 동참한다는 마음으로 임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없었던 소유주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조 교수는 “소유주들은 그동안 사유재산권 행사를 제한당해 왔다”며 “이로 인한 피해와 박탈감을 감안해 현실에 맞는 보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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