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신뢰를 높이는 것이다.” 중국 런민일보는 15, 16일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 결과를 이런 제목으로 18일자 1면에서 전했다. 매년 12월 열리는 경제공작회의는 최고위 정책결정자들과 지방정부 고위 관료, 국영기업 대표 등 수백 명이 이듬해 경제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회의. 올해 회의에선 지도부의 친(親)기업 발언들이 두드러졌다. 특히 시진핑 국가주석은 “나는 일관되게 민간기업을 지원하고 민간경제가 더 발전된 지방에서 일해 왔다”며 “민간기업과 기업인은 우리와 같은 편이다”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이번에도 ‘안정 속에 성장을 추진한다(穩中求進)’는 기존 방침을 내세웠다. 하지만 그간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와 부동산 기업에 대한 규제의 명분이었던 ‘반(反)독점·부당경쟁’도, 시 주석이 강조하는 핵심 가치인 ‘모두가 잘사는 사회(공동부유·共同富裕)’도 언급하지 않았다. 분배보다는 성장을 중시하는 기조로 전환하면서 그간의 전방위적 ‘빅테크 때리기’도 끝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외신도 민간기업과 외국기업, 그중에서도 인터넷 플랫폼 기업에 관심을 표시한 것에 주목했다.
▷그제 이롄훙 저장성 당서기가 항저우에 있는 알리바바 본사를 찾은 것은 그런 정책 변화의 신호탄일 것이다. 2년 전 마윈 창립자가 “중국 은행은 전당포식 운영을 하고 있다”고 당국을 비판한 것을 계기로 알리바바가 반독점 조사를 받은 이래 고위급 관리의 첫 방문이다. 이 서기는 “알리바바가 최전선에서 경제성장을 이끌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글로벌 경쟁에서 두각을 보여 달라”고 격려했다고 한다.
▷시 주석은 “중국경제의 큰 배는 승풍파랑(乘風破浪)하며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승풍파랑’은 원대한 뜻을 이루기 위해 바람을 타고 파도를 헤치며 극복해 나간다는 뜻. 우선 경제성장에 집중하면서 사회적 안정도 이뤄 중국몽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한번 잃은 신뢰를 회복하는 일부터 쉽지 않을 것이다. 언제 다시 고삐를 죌지 모른다는 시장의 불안과 불신은 당장 중국이 헤쳐 가야 할, 그 어느 때보다 거칠고 험한 풍랑일 것이다.
이철희 논설위원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