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 정치부 차장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5월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과 동시에 야당이 됐다. ‘여당의 정책·시책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견제를 통해 독주로 인한 국가적 폐해를 막는다’는 야당의 사전적 의미가 무색하게 지난 7개월간 민주당이 보여준 모습은 마치 덩치만 큰 바보 같았다. 성과랄 게 거의 없었던 민주당의 야당 첫해 주요 면면을 키워드별로 정리했다.
▽꼼수: 정권이 완전히 넘어가기 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끝내야 한다는 민주당의 조급함은 초유의 ‘꼼수 탈당’ 사태를 불렀다. 여야 간 이견 조율을 위한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하고자 민형배 의원을 위장 탈당까지 시킨 것. 결국 비교섭단체 몫으로 안조위에 들어간 민 의원의 몸을 던진 ‘희생’ 덕에 검수완박법은 5월 3일 공포됐지만, 당내에서조차 “정치를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민 의원은 여전히 복당하지 못한 채 낙동강 오리알 상태다. 이재명 대표도 8월 당헌 ‘꼼수 개정’ 논란과 함께 대표직을 시작했다. ‘부정부패로 기소되더라도 당무위에서 정치탄압이라고 판단할 경우 구제할 수 있다’는 당헌 개정안에 대해 ‘이재명 방탄용’이란 비판이 쏟아졌지만 개딸들의 강력한 지지 아래 민주당은 기어이 밀어붙였다.
▽무능: 검수완박 땐 ‘입법 폭주’를 일삼던 169석의 원내 1당이었지만 정작 다른 입법 성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유능한 야당’을 외쳤던 이 대표는 정기국회 내 통과시키겠다던 양곡관리법이나 노란봉투법 등을 결국 처리하지 못했다. 상임위까진 수적 우위로 밀어붙였지만 국민의힘 김도읍 위원장이 지키고 서 있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줄줄이 발목이 잡혔다. 한 민주당 보좌진은 “법사위원장도 결국 여당에 내줄 거였으면서 괜히 원구성 협상 때문에 하반기 국회 초반 아까운 54일을 날렸다. 차라리 그 시간에 법안 논의를 더 했어야 했다”고 했다.
▽내분: 외부에 적이 있으면 내부라도 똘똘 뭉치기 마련인데 민주당은 그러지도 못했다. 대선 패배 책임론의 일환으로 ‘86그룹 용퇴론’이 나왔지만, 정작 86그룹 대표주자 송영길 전 대표가 3개월 만에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면서 당내 세대 갈등이 터졌다. 송 전 대표의 출마로 비어버린 인천 계양을엔 이 대표가 ‘셀프 공천’ 논란 속에 등판해 ‘친명(친이재명)’과 ‘비명(비이재명)’ 갈등이 본격화됐다. 둘로 쪼개진 민주당은 전당대회와 당사 압수수색, 김용·정진상 기소 등을 차례로 겪으면서 어느덧 ‘분당(分黨)’ 얘기까지 자연스레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야당 첫해 민주당의 성적표는 낙제점 수준이었다. 입법도, 예산도 제대로 된 성과랄 게 없었다. 내년엔 정부·여당에 조금 더 긴장감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야성 있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김지현 정치부 차장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