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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장사와 식사, 벌초대행… “고향사랑기부 하면 답례품”

입력 | 2022-12-20 03:00:00

지자체 ‘기부자 마음 사로잡기’ 경쟁
나주, 문화재 ‘목사내아’ 숙박권
대리효도-메이크업 이용권 눈길
내년부터 기부금 10만원 세액공제




고향사랑기부제 시행(내년 1월 1일)이 12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의 사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자체들은 기부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답례품이 기부 실적을 가를 것으로 보고, 이색적이면서도 파격적인 답례품을 선정하는 데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자신이 거주하지 않는 지자체에 일정액을 기부하면 10만 원까지 전액 세액공제(10만 원 초과분은 16.5% 세액공제)를 해주는 제도다. 지자체는 기부액의 30% 범위 내에서 답례품을 줄 수 있다. 10만 원을 기부할 경우 최대 13만 원을 돌려받는 셈이다. 국민 1인당 연간 기부 한도는 500만 원이다.
○ 고향에 기부하면 천하장사와 식사
상당수 지자체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답례품을 통해 시선을 끌고 있다.

전남 영암군은 ‘천하장사와의 식사 데이트권’을 답례품으로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한 TV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진 영암군 민속씨름단은 민속씨름대회 단체전 7회 우승 등 뛰어난 실력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우승희 영암군수는 19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벌써부터 기부 관련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 나주시는 도의 지정문화재 132호인 목사내아(牧使內衙) 숙박 체험권을 답례품으로 선정했다. 고려, 조선시대 약 1000년 동안 나주로 부임했던 목사의 관저에서 하룻밤 잘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충남도는 서산, 당진, 공주 등 도내에 밀집한 천주교 성지를 활용해 ‘천주교 순례길 투어 상품권’을 준비 중이다.
○ 효도-벌초-육아 상품권도 제공
도시에 사는 출향인 등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답례품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

경북 영천시, 경남 의령군, 전남 장성군 등은 조상 묘 벌초 대행 이용권을 제공한다. 영천시 관계자는 “출향인 기부자의 벌초 일손을 대신해 주겠다는 취지로 상품권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충남도는 ‘대리효도 상품권’을 내놨다. 바쁜 자녀를 대신해 도가 선정한 업체가 부모 집을 찾아 병원 통원을 돕거나 농기구 수리 등을 대신하는 상품권이다. 충남을 찾은 관광객이 편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게 아이를 대신 돌봐주는 ‘오늘은 엄마아빠데이’ 상품권도 있다.

대전 서구는 ‘메이크업 이용권’을 나눠주기로 했다. 서구 관계자는 “성형외과가 밀집해 있는 특성을 활용해 ‘성형 상품권’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정부가 미풍양속을 해칠 수 있다고 반대해 답례품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지자체들이 홍보가 될 만한 답례품 선정에 공을 들이는 것은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한 인지도가 아직 낮다는 판단에서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올해 8월 300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5%는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해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다만 일회성으로 화제가 되는 것보다 질 좋은 답례품을 발굴해 지속적인 기부를 유도하는 전략을 택하겠다는 지자체도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이색적인 것도 좋지만 기부자가 만족할 수 있도록 품질 좋은 답례품을 제공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보고 공을 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