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효수 교수, 양한모 교수, 김준오 연구교수.
고칼로리 식이의 당뇨병 유발 기전이 밝혀졌다. 서울대병원 연구진은 리지스틴(Resistin)이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저하시켜서 당뇨병을 유발한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연구진은 고칼로리 식사에 의해서 증가된 리지스틴은 수용체인 캡1(CAP1)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미토콘드리아의 구조 변형과 기능 저하를 유발하고 에너지원인 ATP의 생산을 감소시켜 당뇨병을 일으킨다는 새로운 기전을 규명했다.
순환기내과 김효수 교수팀(양한모 교수, 김준오 연구교수)은 인슐린 저항성과 관련된 아디포카인 리지스틴이 미토콘드리아 항상성을 손상시켜 대사 장애를 유발하는지를 조사한 결과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세포 내 중요한 소기관이다. 이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당뇨병, 대사증후군, 퇴행성뇌질환이 일어난다고 추정되고 있다. 또한 성인병의 근원인 비만증이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를 유발하는 것은 알려진 바 있다.
그 결과 리지스틴이 근육세포 표면의 캡1 수용체에 결합해서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로 이동하면서 MAM(미토콘드리아와 소포체를 연결하는 막)을 형성하고 미토콘드리아를 옥죄는 것을 찾아냈다. 동시에 PKA 신호전달 경로를 활성화시켜서 미토콘드리아 분열에 중요한 Drp1 단백질을 인산화·활성화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미토콘드리아의 구조를 파괴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에너지원인 ATP의 생산량이 감소하는 것은 근육세포의 산소 소비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함으로써 증명했다. 사람의 리지스틴은 미토콘드리아 분열을 유도하고 그 구조를 파괴함으로써 ATP 생성을 저해했다. 그 결과 근육세포의 포도당 사용이 감소해 당뇨병이 초래됨을 증명한 것이다. 근육에서의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는 생쥐에서 인슐린 저항성을 일으켜 당뇨병 악화로 이어짐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리지스틴을 차단하면 해악을 예방할 수 있는지 검증하기 위해서 리지스틴 수용체인 캡1 유전자가 결핍된 유전자 조작 생쥐를 분석했다. 이 생쥐에서는 리지스틴이 수용체와 결합하지 못하기 때문에 리지스틴으로 인한 나쁜 효과가 차단돼 고칼로리 식이하에서도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가 예방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동시에 당뇨병을 예방하는 효과도 드러났다.
연구팀은 치료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서 리지스틴과 캡1이 결합하는 것을 억제하는 펩타이드를 개발했으며 이 펩타이드 치료제가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를 예방하고 고칼로리 식이에서도 당뇨병 발생을 예방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김 교수는 “현재 리지스틴과 그 수용체인 캡1 단백질 간의 상호 결합을 억제함으로써 염증 현상을 완화시키는 항체를 개발했다”며 “이를 대사질환을 비롯한 염증성 장질환 등의 새로운 치료제로 개발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의 재원으로 연구중심병원 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으며 연구 결과는 대사질환 분야 학술지인 신진대사 온라인판 최신호에 게재됐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