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1.서울에 빌라를 신축한 건축주 A는 브로커 B에게 높은 보증금으로 전세 세입자를 구하면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기로 공모했다. 그리고 빌라를 매수할 자금이 없는 C에게 자기자본 없이 전세 보증금과 매매가의 차액만으로 집을 매수하는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건물을 통째로 매수하게 했다. 이를 위해 브로커 B는 건축주가 신축빌라 분양 판촉을 위해 이자지원금을 지급한다며 세입자들이 매매가보다 높은 보증금으로 전세계약을 맺도록 유도했다. 건축주와 브로커는 이후 잠적했고 전세 기간이 끝났지만 C는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는 이를 전세사기로 보고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2.개업 공인중개사인 D와 E는 각각 보유한 주택을 서로 전세 매물로 중개했다. 이 과정에서 매매시세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세입자가 실제 매매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전세계약을 맺게 했다. 국토부는 해당 사례를 개업공인중개사 간 교환거래를 통해 세입자의 보증금을 가로챈 것으로 보고 경찰청에 불법 여부를 들여다볼 것을 요청했다.
이번에 수사의뢰하는 106건 모두 자기자본 없이 전세보증금 차액만 투자하는 ‘무자본 갭투자’ 유형이다. 실제로 40대 임대업자 3명이 각자 자기 자본 없이 전세보증금을 받아 잔금을 치르는 방식으로 서울 소재 빌라를 다수 매입한 후 보증금 반환이 어렵게 되자 모든 빌라를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법인(페이퍼컴퍼니)에 매도한 후 잠적했다. 국토부는 해당 법인 설립자도 공모자로 보고 있다.
직업별로는 임대인이 25명으로 가장 많았고 공인중개사(6명), 임대인 겸 공인중개사(4명), 모집책(4명), 건축주(3명) 등이었다. 거래 지역별로는 서울이 52.8%로 가장 많았고 인천(34.9%), 경기(11.3%)가 뒤를 이었다. 국토부는 “이번 전세사기 의심거래에는 주택 1000여 채를 보유한 채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빌라왕’과 관련된 사례도 16건 있었다“고 밝혔다.
피해자 10명 중 7명은 20, 30대였던 것으로 집계됐다. 30대가 50.9%로 가장 많았고 20대(17.9%), 40대(11.3%), 50대(6.6%) 순이었다.
국토부는 최근 전세사기 등 시장 교란행위가 커진 것으로 보고 부동산 거래 전 단계에 대해 모니터링 및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다. 법무부와 함께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 법률지원 합동 전담조직(TF)’도 발족했다. TF에는 경찰청,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대한법률구조공단 및 민간 전문가이 참여해 세입자 법률 지원 방안, HUG 대위변제 기간 단축 방안 등을 논의한다. 최근 임대인이 사망하면서 채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세입자가 보증금을 신속하게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