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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천왕’ 메시·음바페·네이마르·호날두… 이들의 공통점은?[장환수의 수(數)포츠]

입력 | 2022-12-20 10:27:00


골든볼을 안은 채 우승 트로피에 입 맞추는 리오넬 메시. 루사일=AP 뉴시스

축구의 신은 한 사람에게 모든 영광을 몰아줬다. ‘라스트 댄스’에 나선 리오넬 메시(35‧아르헨티나) 얘기다. 아니, 메시가 바로 축구의 신은 아닐까. 결승전이 끝난 직후 쓰는 글이라 취재기자가 쓰는 현장 기사처럼 흥분한 것을 용서해 달라.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 벅찬 감동을 어떻게 나누겠나.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은 이변이 속출했지만 우승만큼은 다수의 예측대로 됐다. 아르헨티나는 대회 직전 각종 전망에서 브라질(결과는 8강)과 함께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혔다. 처음엔 브라질이 가장 많았고, 아르헨티나 프랑스(준우승) 스페인(16강) 잉글랜드(8강) 독일(조 3위) 포르투갈(8강) 순이었지만 아르헨티나가 막판에 브라질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11월 15일자 수포츠 참조).

EA스포츠는 메시의 골든볼(MVP)과 골키퍼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아르헨티나)의 골든글러브 수상, 그리고 한국의 16강 진출과 브라질전 3점차 패배까지 맞혔다. 메시가 7경기에서 8골을 넣어 골든부트(득점왕)를 차지한다는 예측은 결승전에서 해트트릭을 한 ‘빌런’ 킬리안 음바페(24·프랑스) 때문에 빗나갔지만 말이다. ‘히어로’ 메시는 7골 3도움, 음바페는 8골 2도움을 기록. 이 업체는 2010년 스페인, 2014년 독일, 2018년 프랑스에 이어 2022년 아르헨티나까지 우승팀을 연속으로 맞혔다.

반면 이번 대회 높은 적중률로 주목받은 영국의 ‘인간 문어’ 크리스 서튼 BBC 해설위원은 프랑스를 우승팀으로 지목했다. 그는 한국의 16강 진출(우루과이전 무승부, 포르투갈전 승리)과 일본의 독일전 승리, 준결승 2경기 결과를 맞혔지만 마지막 단추를 꿰지 못했다.
 

골든부트를 수상한 킬리안 음바페. 루사일=AP 뉴시스



●월드컵은 징크스 놀음
이번 대회에서도 수많은 징크스가 난무했다. 프랑스가 대회 전 예측에서 우승은커녕 준우승국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은 디펜딩 챔피언의 저주 탓이었을 것이다. 초창기 2연패에 성공한 이탈리아(1934, 1938년)와 브라질(1958, 1962년)을 제외하면 우승팀은 60년 가까이 다음 대회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최근 들어 유럽국가인 1998년 프랑스, 2006년 이탈리아, 2010년 스페인, 2014년 독일은 다음 대회 조별리그에서 광탈했다. 이쯤 되면 이번 대회 프랑스의 선전은 놀라운 지경이다.

아르헨티나는 승부차기 승리를 거두고 결승에 오른 팀은 우승하기 힘들다는 징크스를 깼다. 1990년 서독-아르헨티나 결승전은 두 팀 다 승부차기로 올라가 서독이 우승했으니 예외로 한다면 1998년 우승팀 프랑스가 유일했다. 아르헨티나는 8강전에서 네덜란드에 진땀을 뺀 뒤 결승전에서도 프랑스와 승부차기까지 가는 대접전 끝에 우승했다.

사상 최초로 중동에서 열린 겨울 월드컵은 카타르가 조별리그에서 3전패함으로써 개최국 첫 경기 불패(16승 6무)의 불문율이 깨졌다. 개최국 조별리그 1호 탈락, 2경기만의 탈락도 처음이다. 모로코는 아프리카 국가 처음으로 4강 쾌거를 이뤘고, 아시아연맹 소속 국가는 역대 가장 많은 16강 진출(한국 일본 호주)과 합작 7승을 일궈냈다. 주요 징크스는 표로 정리한다.

가족과 셀카를 찍으며 우승을 자축하고 있는 메시. 루사일=AP 뉴시스




◇카타르 월드컵에서 깨진 징크스
▷개최국 첫 경기 무패=2018년까지 16승 6무. 카타르가 에콰도르에 0대2 패배
▷개최국 최소 승점 1점 이상=카타르 조별리그 3전패
▷21세기 들어 유럽 디펜딩 챔피언은 16강도 좌절=프랑스 준우승
▷아르헨티나는 아시아 국가에 전승=사우디아라비아에 1대2로 역전패
▷브라질은 유럽과 남미 외 대륙 팀을 상대로 무패=카메룬에 0대1 패배
▷일본은 역전승 못한다=독일에 2대1, 스페인에 2대1 역전승
▷멕시코는 1994년부터 16강 진출=7회 연속에서 끝
▷32개 팀 참가 후 조별리그 전승 팀 나온다=2차전까지 연승한 프랑스, 포르투갈, 브라질이 3차전 패배
 
◇카타르 월드컵에서 유지된 징크스
▷대회 직전 발롱도르 수상자 배출 국가는 우승 실패=지난해 수상자는 리오넬 메시이지만 아르헨티나 우승. 카타르 대회가 12월에 열리는 바람에 프랑스 카림 벤제마가 올해 수상.
▷올림픽 금메달의 저주=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금메달 국가는 직후 월드컵 4강 문턱도 못 넘어. 도쿄 챔피언 브라질 8강.
▷아르헨티나 준결승 전승=크로아티아 꺾고 6승째
▷5점 차 이상 경기 항상 나온다=스페인이 코스타리카에 7대0, 포르투갈이 스위스에 6대1로 대승
▷이전 대회에서 브라질에 승리한 팀은 다음 대회에서 부진=2018년 8강전에서 브라질에 2대1로 승리한 벨기에는 조별리그 탈락
▷외국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팀은 우승하지 못한다
▷크로아티아는 토너먼트만 올라가면 4강 이상 성적=1998년 3위, 2018년 2위, 2022년 3위
▷브라질은 2006년부터 토너먼트에서 유럽팀에게 승리하지 못한다
 
◇한국 관련 징크스
▷아시아 선수는 필드 멀티 골을 넣지 못한다=조규성 가나전 2골
▷한국은 뒷 조(E~H조)에 배정되면 조별리그 탈락=1승 1무 1패로 H조 2위
▷1986년부터 한국 이긴 팀은 16강 진출, 패배한 팀은 탈락=한국에 1-2로 진 포르투갈은 16강 진출, 3-2로 이긴 가나는 탈락
▷포르투갈은 선제골을 넣으면 무패=한국에 1대2로 역전패
▷우루과이는 아시아 팀에 전승=한국에 0대0 무승부
▷브라질은 토너먼트에서 아시아 팀을 만나지 않는다=한국과 16강전
▷한국은 유럽 아메리카 이외 대륙에서 열린 대회 16강 진출=카타르에서 유지
▷한국은 조별리그 2차전에서 선제 실점하고 승리하지 못한다=가나에 2-3 패배
▷1990년 이후 한국에 승리한 팀은 우승 실패=브라질이 8강전에서 크로아티아에 승부차기 패배
▷포르투갈은 한국을 만나면 패배=2002년에 이어 두 번째


●비슷하면서도 다른 펠레와 평행이론

원조 축구 황제 펠레. 뉴시스


다시 메시 얘기로 돌아가 보자. 메시는 이번 우승으로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마지막 퍼즐을 풀면서 홀가분하게 대표팀 은퇴를 선언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세계 최고 선수가 받는 발롱도르상 수상(7회)과 유럽챔피언스리그(4회), 올림픽(2008년 베이징), 월드컵 우승의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2014년에 이어 골든볼 2회 수상과 한 대회 조별리그, 16강, 8강, 4강, 결승전에서 모두 득점한 유일한 선수가 된 것은 덤이다.

파리생제르맹에서 한솥밥을 먹는 직장동료이기도 한 메시와 음바페의 공통점은 펠레(1958년, 1962년, 1970년 우승·브라질) 이후 슈퍼스타는 ‘우승 1회, 준우승 1회’의 한도가 정해져 있다는 징크스의 외연을 확장한 것. 프란츠 베켄바워(독일),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 지네딘 지단(프랑스), 미로슬라프 클로제(독일)가 이 덫에 걸렸다. 음바페는 미래가 활짝 열려 있는 창창한 나이이지만 이번에 메시를 넘지 못해 ‘1+1 클럽’에 메시와 동반 가입했다. 한편 호나우두(브라질)는 우승 2회+준우승 1회, 로타어 마테우스(독일)는 우승 1회+준우승 2회를 했다.

그러나 메시와 음바페는 개인 기록으로는 나란히 펠레를 넘어섰다. 메시는 통산 13골 8도움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66년 이후 가장 많은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26번째 월드컵 경기에 출전해 마테우스를 제치고 최다 출전 신기록도 썼다. 음바페는 14경기 12골(3도움)로 펠레와 절묘하게 타이를 이뤘지만 최연소이자 2개 대회만의 기록이란 점에서 펠레를 능가했다.
 

16강전이 끝난 뒤 손흥민과 포옹하는 네이마르. 도하=뉴시스



●펠레의 저주? 네이마르의 눈물
암 투병 중인 펠레로부터 우승컵을 가져오라는 해피엔딩 요청을 받은 네이마르(30·브라질)는 크로아티아와 8강전에서 연장 전반 추가시간에 선제골을 넣으며 펠레와 같은 A매치 77골(대회 2골)을 완성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1-1로 동점이 돼 끌려들어간 승부차기에서 공을 차보지도 못한 채 짐을 싸야 했다. 펠레의 예언은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는 걸로 악명이 높다. 브라질은 또 올림픽 우승국(지난해 도쿄)은 직후 월드컵에서 우승하지 못한다는 징크스에도 걸렸다. 메시 음바페와 함께 파리생제르맹 소속인 네이마르는 충격이 워낙 컸던지 국가대표 은퇴를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교체멤버로 벤치에 앉아 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왼쪽). 루사일=뉴시스


앞의 파리생제르맹 삼총사에 비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포르투갈)는 월드컵을 제외한 모든 개인 기록에선 펠레를 포함한 그 누구보다 앞선다. 통산 819골에 A매치 196경기 출전, 118골은 모두 세계기록이다. 그러나 월드컵에선 22경기 출전에 8골로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5번이나 출전한 월드컵에서 첫 대회인 2006년 4위가 최고 기록이다. 이는 포르투갈의 첫 4강 성적이기도 하다. 다음 대회면 불혹을 넘기는 호날두로선 이제 더 이상 출전하기는 힘들어 보인다.앞의 파리생제르맹 삼총사에 비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포르투갈)는 월드컵을 제외한 모든 개인 기록에선 펠레를 포함한 그 누구보다 앞선다. 통산 819골에 A매치 196경기 출전, 118골은 모두 세계기록이다. 그러나 월드컵에선 22경기 출전에 8골로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5번이나 출전한 월드컵에서 첫 대회인 2006년 4위가 최고 기록이다. 이는 포르투갈의 첫 4강 성적이기도 하다. 다음 대회면 불혹을 넘기는 호날두로선 이제 더 이상 출전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