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월 15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2024년 차기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2022.11.16. AP/뉴시스
미 하원 1·6 의회 난입 사태 특별위원회는 19일(현지 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반란 선동, 공무집행 방해, 미국에 대한 사기 음모, 거짓 진술 음모 등 4개 혐의를 적용해 기소할 것을 법무부에 권고했다.
특위는 이날 154쪽 분량 조사보고서 요약본에서 “1·6 사태 핵심 원인(central cause)은 단 한 사람, 트럼프 전 대통령이었다”며 “그가 없었다면 1·6 사태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강성 지지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인증 절차를 막겠다며 의회에 난입한 사상 초유의 폭동 사태 배후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다만 의회 권고에 구속력은 없다. 기소 여부는 법무부가 결정한다. 법무부는 지난달 특별검사를 임명해 1·6 사태와 기밀문서 유출 혐의를 자체 수사하고 있다.
베니 톰슨 하원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이 19일(현지시간) 워싱턴 의사당에서 1·6 의회 난입 사태 조사 마지막 회의 중 발언하고 있다. AP/뉴시스
“전직 대통령을 포함해 누구도 법 위에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 하원 1·6 의회 난입 사태 특별위원회(특위) 베니 톰슨 위원장(민주당)은 19일(현지 시간) 법무부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처벌 권고 결정을 발표한 뒤 이같이 말했다.
특위는 지난해 1월 6일 트럼프 전 대통령 강성 지지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 승리라는 대선 결과 확정을 막으려고 의회에 난입해 유혈 폭동을 벌인 사건을 “쿠데타 미수”로 규정하며 이 사태 중심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233년 미국 역사에서 의회가 전·현직 대통령 기소를 법무부에 권고한 것은 처음이다.
1·6 의회 난입 사태 특위는 이날 마지막 회의를 열고 9명 위원 만장일치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 권고를 결정했다. 지난 18개월간 트럼프 전 대통령 장녀 이방카 트럼프를 비롯한 측근 등 1200여 명을 조사하고 10차례 공개 청문회를 연 특위는 이날 조사 결과를 모은 154페이지 분량 요약 보고서를 내놓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1·6 의회 난입 사태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했다.
특위는 보고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반란 선동과 공무집행 방해, 미국에 대한 사기 음모, 거짓 진술 음모 등 최소 4가지 혐의를 입증했다고 밝히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사기 주장은 사전에 계획된 것이었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을 법무장관 대행에 앉혀 각 주에 ‘법무부가 선거 사기 증거를 갖고 있다’는 서한을 각 주 의회에 보내려 했으며, 조지아와 애리조나를 비롯한 7개 주에 가짜 선거인단 명부 제출을 압박했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군대를 동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는 증언도 보고서에 담았다.
마이클 루티그 전 연방 항소법원 판사는 증언에서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은 미국 민주주의의 진정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특위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마크 메도우 전 백악관 비서실장, 루돌프 줄리아니 변호사 등 5명에 대해서도 기소를 권고했다. 증언을 거부한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를 비롯해 공화당 주요 인사에 대해선 의회 윤리위원회 회부를 요구했다.
이번 기소 권고로 2024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치적 위기를 맞게 됐다. 의회 기소 권고는 강제성이 없지만 법무부는 이미 특별검사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반란 선동 혐의 등이 인정되면 최장 1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법무부가 기소를 결정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 출마 자체가 막힐 수도 있다.
공화당 소속 리즈 체니 특위 부위원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폭도들을 즉각 막으려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명백히 직무를 유기했으며 어떤 공직에도 적합하지 않다”며 “다시는 공직에 봉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