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미국 LA에 모인 현지 게이머들이 기존에 보기 힘들었던 한국의 전통 의상 한복을 입고 부채를 휘두르는 여성 캐릭터에 엄청난 환호를 보냈다. 펄어비스가 자사의 대표작 ‘검은사막’에 전 세계 동시 업데이트한 신규 클래스 ‘우사’의 첫 공개 순간이다.
펄어비스가 야심차게 준비한 ‘우사’는 한국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기 위해 새롭게 준비한 클래스로 한복을 입고, 부채를 휘둘러서 비바람으로 적들을 공격하는 매력적인 클래스다. ‘검은사막 모바일’에 새롭게 추가된 클래스인 ‘매구’와 쌍둥이 자매로, 둘다 과거 조선을 배경으로 만든 ‘아침의 나라’ 출신이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어 한복을 입은 매력적인 외모를 자랑한다.
한국의 전통 문화를 담은 신규 클래스 우사 (출처=펄어비스)
한복 캐릭터에 더 큰 호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국내가 아니라 굳이 한복이 낯선 미국까지 가서 이 캐릭터를 발표한 것이 펄어비스가 이 캐릭터에 얼마나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펄어비스가 ‘검은사막’의 ‘매구’와 ‘우사’를 특별하게 내세우고 있는 것은 이 캐릭터들에 담긴 한국의 전통 문화가 이것이 낯선 외국 게이머들에게 특별한 매력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자신하기 때문이다.
LA에서 진행된 칼페온 연회에 직접 참가해서 ‘우사’를 소개한 ‘검은사막’ 김재희 총괄 PD는 캐릭터를 설명하면서 ‘양반걸음’, ‘소낙비’, ‘구렁나비’, ‘나비구름’ 등의 스킬명을 한국 명칭 그대로 소개했으며, 그 단어의 유래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그들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잘 만든 콘텐츠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자신감 때문이다.
한국 전통 문화를 담은 신규 지역 아침의 나라 (출처=펄어비스)
스시와 닌자를 전세계 공용어로 만든 일본과 달리 떡을 RICE CAKE이라는 어색한 영어로 치환하기 바빴던 과거 우리와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설명해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관심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억지 번역을 만들어내는 것과, 그 단어 자체를 받아들이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자세히 설명을 해주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지금은 드라마와 K-POP이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덕분에 외국인이 pork belly 대신 삼겹살을 말하고, seasoned spicy chicken 대신 양념치킨을 말하는 시대가 왔다.
‘매구’와 ‘우사’의 독특한 복장만 내세우고 있는 것이 아니다. 아쉽게 동시 업데이트가 된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태어난 새로운 지역 ‘아침의 나라’도 곧 선보일 예정이기 때문이다.
세계관이 연결되는 TL와 프로젝트E (제공=엔씨소프트)
더욱 고무적인 것은 이것이 ‘검은사막’만의 일회성 도전이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에는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그들에게 익숙한 판타지 세계관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국내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게임 중에서도 ‘바람의 나라’ 등 몇몇 게임을 제외하면 한국 역사를 소재로 한 게임들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의 전통 문화를 배경으로 한 게임들이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해 준비되고 있다. 기생충으로 세계적인 감독의 반열에 오른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감 덕분에 화제가 됐던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드디어 게임쪽에도 적용되고 있다.
현재 엔씨소프트에서 가장 주력하고 있는 게임은 해외 시장을 노린 판타지 세계관의 MMORPG(대규모 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 ‘TL’(쓰론앤리버티)이지만, 그것과 함께 공개된 프로젝트E도 화제가 되고 있다. 프로젝트E는 동양 세계관의 MMORPG로, 공개된 티저 영상을 보면 좀비가 창궐한 조선 시대를 소재로 삼았으며, 향후 쓰론앤리버티와 세계관이 연결될 계획이다.
도깨비(제공=펄어비스)
펄어비스가 ‘검은사막’에 이어 새로운 대표 게임으로 준비 중인 ‘도깨비’ 역시 한국의 문화를 전세계에 알리는 게임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귀여운 어린이 캐릭터들과 한국의 매력을 담은 오픈월드를 구현한 덕분에 게임스컴 등 세계적인 게임쇼에서 GTA와 포켓몬이 만난 듯한 게임이라는 극찬이 쏟아졌다.
특히 경복궁 근정전을 비롯해, 경회루, 남대문 등 한국의 대표 관광지를 가상공간의 메타버스 세계로 구현했기 때문에, 드라마, K-POP을 통해 전 세계로 퍼지고 있는 한류를 더욱 확산시켜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관광객 유치에 적극적인 한국관광공사는 ‘도깨비’의 가능성을 보고 펄어비스와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물론, 이 같은 흐름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이야 하고, 누군가가 실제 결과를 내줘야 할 필요가 있긴 하다. 일본이 아시아 문화를 대표하게 된 것은 몇십년 동안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서구권에 일본 문화를 전파했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현재 준비되고 있는 게임들이 기대에 걸맞는 모습으로 완성돼 K-POP, 드라마에 이어 게임까지 전 세계에 한류를 알리는 첨병으로 자리잡게 만들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김남규 기자 rai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