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이 마치 소통의 일부인 듯 만연했다. 감각이 마비되는 느낌이었다.”
올 8월 일본 육상자위대에서 입은 지속적인 성폭력 피해 사실을 실명으로 폭로한 전직 여성 육상 자위대원 고노이 리나 씨(23·사진)가 19일 도쿄 외신기자협회 회견장에서 밝힌 소감이다. 고노이 씨는 재직 당시 중대장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그가 윗선에 보고하지 않고 묵살했다고 폭로했다. 가해자들이 돈으로 무마하려고 하는 등 진정으로 뉘우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실명으로 고발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남성 대원이 다른 여성 동료에게 같은 행위를 반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어린 시절부터 자위대원을 꿈꿨던 고노이 씨는 2020년 4월 입대했다. 5개월 후 후쿠시마현에 배치됐다. 지난해 6월까지 이곳에서 근무하며 같은 부대의 남성 대원들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
폭로 직후 자위대는 가해자 중 3명을 검찰에 송치했지만 전원 불기소됐다. 받아들일 수 없던 고노이 씨는 10만 명 이상의 서명이 담긴 재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이후 특별 감찰이 진행됐다. 방위성은 이달 15일 직접 성폭력에 가담한 4명, 지시한 1명 등 5명을 면직 처리했다. 피해 사실을 묵살한 중대장은 6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다.
고노이 씨는 이날 일부 가해자가 합의금 30만 엔(약 290만 원)을 주겠다며 사건을 덮으려 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그들이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기를 바랬을 뿐”이라며 “사안이 가볍게 다뤄지는 것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소송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9월 방위성은 그의 피해 사실을 인정하고 이례적으로 사과했다. 당시 요시다 요시히데 육상막료장은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성폭력을 근절할 본질적인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그의 폭로 후 전 자위대원을 상대로 한 방위성의 자체 조사에서도 100건이 넘는 사례가 발견됐다.
김수현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