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랠리 실종 이어 새해 전망 암울
지난해 11월 26일(현지 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오미크론 변이 확산 우려로 미국 증시가 폭락하자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가 심각하게 주가 변동 추이를 살펴보고 있다. 뉴욕=AP 뉴시스
세계 경기 침체 우려와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장기화가 투자 심리를 끌어내리고 있다. 소비 부진 등으로 매년 12월 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일컫는 소위 ‘산타 랠리’가 실종된 데 이어 새해 증시도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형주 중심인 미국 뉴욕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올 12월 들어 현재까지 6.4% 하락했다. 20일(현지 시간) 오전 현재 뉴욕 증시 선물은 1% 내외로 하락해 증시 추가 하락을 예고했다. 일본은행이 사실상 초저금리 정책을 포기할 뜻까지 밝힘에 따라 올해 산타 랠리는 물 건너갔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 美 백만장자 “내년 주가 10∼15% 하락”
이 조사를 진행한 스펙트럼그룹의 조지 월퍼 사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백만장자 투자자 그룹을 대상으로 한 조사 중에서 가장 비관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CNBC는 매년 백만장자 투자자 설문조사를 해왔다.
백만장자의 소비 심리도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80%가 “인플레이션 때문에 연말 소비를 줄일 것”이라고 답했다. 30대 중심의 밀레니얼 세대는 100%가 “소비를 줄이겠다”고 답했다.
앞서 월마트는 고객 조사 결과 식료품 매출의 4분의 3이 연봉 10만 달러(약 1억3000만 원) 이상의 중·상위층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부자들조차 가격이 저렴하기로 유명한 월마트에서 식료품을 살 만큼 가격에 민감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중·상위층이 좋아하는 운동복 브랜드 ‘룰루레몬’ 등도 최근 실적 전망치를 속속 낮췄다. 소비는 미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향후 경기 전망을 가늠할 중요 지표로 꼽힌다.
○ 산타 랠리 실종
다우존스데이터에 따르면 S&P500지수는 1928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12월 중 73% 상승 마감했다. 이에 힘입어 매년 말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증시에도 훈풍이 불었다. 그러나 올해는 이 공식이 적용될 가능성이 낮아졌다. 투자 심리 하락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미국, 유럽 등 주요국 중앙은행은 인플레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오랫동안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발표된 미 11월 소매 매출도 전월 대비 0.6% 하락했다. 소비자들이 인플레이션과 비관적 경기 전망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은 경기 침체 우려를 높이는 요인이다.
급격한 방역 봉쇄 완화에 따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중국의 경기 둔화 위험이 커지는 것도 전 세계 경기 하강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일 일본은행이 수익률곡선제어정책(YCC)을 조정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일본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점쳐지는 것도 세계 증시의 하락 요인이 되고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