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내외 물가 상승률 이어질것 최종금리 3.5%서 바뀔수 있어 내년 상반기가 경기침체 경계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하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국내 가계와 기업들에 고금리 시대를 맞아 부채 축소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이 총재는 20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을 주제로 연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우리나라는 디레버리징(부채 상환 및 축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가계부채는 상당한 중장기적 위험이고 구조적 문제”라고 말했다. 1870조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계속 경신하고 있는 가계부채가 최근 금리 급등기에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또 현재 물가 상황을 언급하면서 내년에도 고금리 기조를 유지할 방침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내년에도 높은 물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물가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 운영을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앞으로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보다 자세히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한은은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국내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5% 내외의 상승률을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석유 가격 오름 폭이 축소되고 국내외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물가 오름세는 점차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총재도 내년 물가에 대해 “국내외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물가 오름세가 둔화돼 내년에는 상고하저(上高下低)의 흐름을 나타내며 점차 하락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은은 내년 석유 수출국들의 대규모 감산이나 이상기후, 국내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가능성 같은 물가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방역 조치를 완화해 경제 회복 속도를 높이면 국제 원자재 가격도 다시 상승할 수 있다.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0% 상승하면서 여전히 한은의 물가 목표(2.0%)를 훌쩍 넘는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