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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암울한 내년 경제… 기업 ‘야성적 본능’ 깨워 돌파구 찾아야

입력 | 2022-12-21 00:00:00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이 속속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1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새해 벽두부터 극심한 경기침체가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 중국에 이어 미국의 소비까지 위축되기 시작하면서 내년 수출은 제자리걸음할 전망이다. 고물가와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의 가처분소득 감소로 수출을 대신해 경기를 지탱해온 내수도 얼어붙고 있다.

한국의 매출 500대 기업 중 가동률을 밝힌 200개 기업의 평균 가동률이 78.4%로 1년 전보다 2.1%포인트 하락했다고 한다. 코로나19 탈출 이후 나타난 선진국의 ‘리오프닝 소비’가 꺾이면서 재고가 쌓이자 공장을 덜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TV·가전부문 경영진도 최근 마라톤 전략회의 끝에 “내년 1분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1분기에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내년 전체가 힘들 것”이라는 결론을 냈다고 한다.

중소기업이 느끼는 위기감은 더 심각하다. 금리 상승으로 중소 제조 상장기업의 이자비용은 1년 전보다 20% 급증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탈진한 상태에서 자금시장까지 얼어붙어 폐업을 고려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연말에 주 8시간 추가연장 근로제가 종료되는 30인 미만 중소기업들은 인력난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12년여 만에 최악의 경기를 맞은 지방 건설업체 중에서는 아파트 미분양으로 돈이 묶여 도산하는 곳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조사에서 국내 기업 10곳 중 9곳은 내년 경영목표로 ‘현상유지’와 ‘긴축’을 꼽았다고 한다. 기업들의 불안감은 투자 위축, 고용 침체로 이어져 경기를 더 끌어내리는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내년도 설비투자가 0.3% 감소하고, 일자리 증가폭도 올해의 10분의 1에 그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칠 때마다 적극적 투자와 발상의 전환으로 빠르게 위기에서 탈출하고, 오히려 새롭게 도약한 경험을 갖고 있다. 최대 수출 대상국인 중국이 ‘위드 코로나’ 체제로 전환하는 등 국면을 바꿀 만한 기회도 감지된다. 정부와 국회는 기업들이 야성적 본능을 되찾아 연초부터 국내외에서 적극적인 경영에 나설 수 있도록 규제개혁과 세제 지원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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