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구원 개원 30주년 성과 대중교통 환승부터 상암DMC까지 30년간 4000여 건 연구과제 수행 교통-건축-복지 등 서울시정 뒷받침 코로나 이후 생활양식 변화 맞춰 광역화 등 공간 바꾸는 정책 연구
1996년 서울 중구 충무로와 동대문구 용두동 사이에 위치했던 ‘청계고가도로’(위쪽 사진). 서울연구원은 2003∼2005년 진행된 청계천 복원 사업의 각 단계마다 참여하며 복원을 이끌었다. 아래쪽 사진은 시민 쉼터로 자리매김한 청계천의 2020년 모습. 서울연구원 제공
1992년 10월 창립된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2012년 서울연구원으로 명칭을 바꿔 올해 개원 30주년을 맞았다. 강산이 세 번 바뀌는 시간 동안 도시 공간이 크게 바뀐 것은 물론이고 시민의 삶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서울의 변화를 이끈 주체 중 하나가 바로 서울의 ‘싱크탱크’인 서울연구원이었다.
● 용적률·저상버스 등으로 시민기본권 개선
서울시가 출연한 공공연구기관인 서울연구원은 급변하는 시대 흐름에 대응하며 혁신을 이끌어 왔다. 그동안 도시계획, 도시교통, 도시환경, 도시경영 등 서울시의 정책 수립에 기초가 되는 4000여 건의 연구 과제를 수행했다. 연구원의 보고서 중 일부는 국가 정책으로 채택되기도 했다.‘일반주거지역 종 세분화 체계’가 대표적인 사례다. 과거 서울의 주거지역은 ‘용적률(땅 면적 대비 건물의 연면적 비율) 400%’라는 단일 기준으로만 관리됐다. 하지만 1990년대 이뤄진 무분별한 개발로 햇볕조차 들지 않는 건물이 생겨나는 등 주거환경이 악화됐다. 이에 연구원은 일반주거지역을 1·2·3종으로 나누고 각 지역마다 용적률을 150%, 200%, 250%로 차등 적용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는 2003년 법률로 반영돼 전국적으로 적용되는 기준이 됐다.
사회적 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저상버스, 지하철 승강기, 장애인콜택시 등도 연구원이 낸 아이디어가 정책으로 이어진 사례다. 최근에는 외국인 노동자, 노숙인 등 사회적 소수자와 소외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 청계천 복원, 한강르네상스 등 추진
서울연구원이 설립된 1992년은 서울을 수도로 정한 지 600주년이 되는 1994년과 새천년을 목전에 둔 시점이라 굵직한 연구사업이 많았다. 전문적인 시정 연구의 수요와 기대 속에 출발한 만큼 초반부터 많은 연구 결과를 쏟아냈다.당시에는 전략산업 육성 및 각 지역의 역량을 활용한 산업 클러스터 조성의 필요성이 제기되던 시기였다. 서울연구원의 주도하에 △여의도(금융) △양재(R&D) △마곡(IT 융복합) △동대문(디자인·패션) 등 산업 클러스터가 확고하게 자리 잡고 세계적으로도 이름을 알렸다.
● 수요자 중심의 교통정책… ‘걷고 싶은 서울’
서울연구원의 1993년 ‘교통수요 관리방안 연구’를 계기로 서울시 교통정책은 공급 중심에서 수요 관리 중심으로 전환됐다. 이전까지는 도로 건설 등 교통 공급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후부터 수요에 따라 교통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교통난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고도화됐다.서울연구원은 대중교통체계 혁신도 주도했다. 연구 보고서에 기초해 버스 노선이 달라지고 요금이 바뀌었으며 전용차로도 조성됐다. 당시에는 파격과 충격이라는 반응도 많았지만 이제는 시민들에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 대중교통 이용 편의가 개선되며 이용자가 늘자 에너지 절감 및 교통난 완화로도 이어졌다.
서울연구원의 연구에 기초해 △남산 1·3호 터널 혼잡통행료 징수 △교통유발부담금제도 △주차상한제 등도 도입됐다. △간선·지선버스 체계 △환승시스템 △버스 준공영제 △중앙버스전용차로 등 새 제도가 도입될 때마다 서울연구원은 데이터 분석, 시뮬레이션, 영향 예측 등 종합적 연구를 담당했다.
서울연구원은 1990년대 이미 보행자 보행권 강화를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했고 이후 걷고 싶은 서울 만들기 등 서울의 보행환경 개선을 위한 연구를 지속해 왔다. 보행환경 정비, 보행의 연결성 및 편의성 향상, 교통약자 보행권 증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 내용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