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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자의 사談진談]코로나로 늘어난 ‘제공’ 사진들

입력 | 2022-12-21 03:00:00

윤석열 대통령이 4일 화물연대 운송 거부 관련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현장을 비공개하고 회의 사진을 언론에 제공했다. 대통령실 제공

김재명 사진부 차장


아침 회사 메일함에는 기사를 잘 봤다는 내용부터 사회 부조리를 알리려는 제보와 정부 및 기업에서 보내온 ‘사진뉴스’, ‘사진보도요청’, ‘사진자료’ 등의 편지가 도착해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행사를 앞두고 취재를 요청했다면 지금은 사진과 자료만 보내는 곳이 늘어났다. 코로나 시대 취재진을 불러 모으는 것이 방역지침 위반이었고, 그로 인해 바뀐 변화다.

‘보낸 이’에 따라 첨부된 사진에도 차이가 있다. 기업은 새로 나온 제품에 중점을 둬 신문에 사진뉴스로 다뤄진다. 반면 정부나 구청 같은 ‘관’에서 보내온 자료는 대부분 ‘동정’ 사진이다. 특히 중앙부처는 장관이 주재하는 회의가 주를 이룬다. 구청 등 지방자치단체도 비슷하다. 그러나 구청장이 한가운데 서서 부자연스럽게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는 이런 사진은 게재되기 어렵다. 언론은 현장을 더 잘 보여주고, 인물은 주연이 아닌 조연이 되는 사진을 주로 고르기 때문이다. 사진뉴스로 가치가 있다고 보는 것도 대부분 이런 사진들이다.

최근에는 부처 사진 담당 직원들도 회의나 행사에서 사진기자들이 사용하는 전문가용 카메라로 촬영한다. 그리고 일정이 끝나면 기자들과 함께 현장에서 사진을 고르고, 설명을 붙여 언론사에 전송한다. 하지만 살아 움직이는 뉴스에 맞춰 세밀한 장면을 노리는 기자들이 찍는 것과는 여전히 시각 차이가 있다.

이달 초 화물연대 파업이 한창일 때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 장관은 피해를 입은 시멘트 업체를 방문했다. 그리고 찍은 사진을 보내 왔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확인했으나 역시 신문 게재용으로 고민되는 사진이었다. 방문한 장소가 공장이지만 사진에는 두 장관만 도드라져 보였다. 이럴 때는 장관보다 멈춰진 공장이 잘 보이거나 파업으로 세워진 트레일러가 앵글 속에 있었으면 인물과 함께 파업 상황을 보여주는 데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반면 화재나 교통사고 등 사건사고는 ‘제공’ 사진이 필요하다. 소방이나 경찰이 신고를 받고 가장 먼저 도착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기록할 수 있어서다. 기자들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도착하기 때문에 사실적인 장면을 전하기 쉽지 않다. 취재진이 몰릴 경우 추가 사고나 재난 진압에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다.

또 국가안보상 비밀 유지가 필요한 군 관련 사진도 직접 취재보단 제공 사진이 효과를 발하는 분야다. 최근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우리 군 전투기들의 출격이나 미사일 발사는 글로 된 설명만으로는 상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기장 그라운드나 라커룸 등 기자들의 접근이 어려운 곳에서 선수나 관계자가 찍은 사진은 신문 제작의 다양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제공’ 사진을 통해 언론에 공개되는 정보를 통제할 때도 있다. 그러다 보니 권력이나 권한을 가진 입장에서는 언론의 비판을 피하고, 보여주고 싶은 것만 선택적으로 공개하고픈 유혹에 빠지기 쉽다.

대통령실도 코로나 이후 언론의 직접 취재보다는 사진을 제공하는 횟수가 늘어났다. 국가권력의 최고 정점에 있는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뉴스가 된다. 그런 점을 알기 때문인지 과거에는 내부 기록용으로 찍었다면 최근에는 보도용으로 바뀌고 있다. 이달 초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파업 관련 관계장관회의 때도 같은 건물에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었지만 비공개하며 사진만 제공했다. 국가안보와 관련되거나, 취재 공간이 부족하지도 않았는데 ‘사진 제공’으로 갈음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또한 지난달 캄보디아 순방 당시 김건희 여사의 사진이 논란이 됐다. 당시 야당 일각에서는 사진에 대해 조명을 사용한 콘셉트 촬영이라고 주장했다. 이 또한 취재진에게 일정을 알리지 않았고, 대통령실에서 현장 사진만 제공했다. 현장에 기자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자들은 다양한 시각을 담아 사진을 찍는 한편 해당 현장의 객관적인 증언자가 될 수 있다. 이런 측면이 있는 만큼 앞으로 제공 사진이 늘어난다면 예상하지 못한 논란거리가 또 생겨날 수 있다. 물론 기자들도 스스로 가능한 한 더 많은 현장에 있으려는 노력을 계속 해야 할 것이다.

어느새 코로나가 발생한 지 3년이 다 되어 간다. 곧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도 해제된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새해에는 부처를 비롯해 각 기관이 사진을 직접 언론에 제공하는 것보다는 팬데믹 이전처럼 기자들의 현장 취재가 더 많아지기를 바라본다.


김재명 사진부 차장 ba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