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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전 메시 은퇴 말린 소년, 함께 우승컵 들었다

입력 | 2022-12-21 03:00:00

월드컵 ‘영플레이어상’ 페르난데스
2016년 “대표팀 남아주세요” 편지
‘축구 역사상 최고 선수와 함께’
메시와 찍은 사진 SNS 올려



엔소 페르난데스(왼쪽)가 19일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을 승리로 마친 뒤 라커룸에서 리오넬 메시와 우승 트로피를 사이에 두고 앉아 활짝 웃고 있다. 사진 출처 엔소 페르난데스 인스타그램


“당신이 대표팀 하늘색 유니폼을 입고 뛰는 모습이 아르헨티나 사람들에게는 가장 큰 자랑거리예요. 가지 마세요. 욕심 많은 우리를 용서해주세요.”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35)가 아르헨티나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2016년 이 나라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살던 소년 팬은 이렇게 편지를 썼다. 그리고 이로부터 6년이 지나 이 소년은 메시와 함께 카타르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아르헨티나 대표팀 미드필더 엔소 페르난데스(21) 이야기다.

메시는 프로팀에서는 숱하게 우승을 차지했지만 대표팀 유니폼만 입으면 부담감 탓에 힘을 쓰지 못했다. 결정타는 2016년 코파아메리카(남미축구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나왔다. 메시는 승부차기 첫 번째 키커로 나섰지만 실축했고 아르헨티나는 결국 칠레에 우승을 내줬다. 이 경기가 끝난 뒤 메시는 “내 국가대표 경력은 끝났다”며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자 아르헨티나에서는 메시의 은퇴를 말리는 국민 청원과 시위가 이어졌다. 당시 15세였던 페르난데스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메시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다. 페르난데스가 이번 월드컵에서 21세 이하 최우수선수에게 주는 ‘영플레이어’ 상을 받자 이 편지가 SNS에서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는 당신이 짊어져야 했던 부담감의 1%도 채 느껴보지 못했어요. 4000만 국민이 매일 당연하다는 듯 당신에게 완벽한 플레이를 기대하고 강요했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선수인 당신도 사람이라는 걸 망각했는지 모릅니다. 메시, 하고 싶은 것을 다 하세요. 하지만 제발 대표팀에 남아주세요.”

마우리시오 마크리 당시 아르헨티나 대통령(63)까지 나서 설득한 끝에 메시는 은퇴 선언 두 달 만에 다시 대표팀에 돌아왔다. 그리고 지난해 코파아메리카에서 드디어 ‘무관의 한’을 푼 데 이어 올해는 월드컵 정상까지 차지했다. 페르난데스의 역할이 없었다면 월드컵 우승은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페르난데스는 조별리그 2차전에서 메시의 도움을 받아 멕시코 골망을 흔들면서 아르헨티나의 16강 진출에 힘을 보탰다.

페르난데스는 카타르 월드컵이 끝난 뒤 SNS에 라커룸에서 메시와 우승 트로피를 사이에 두고 웃는 사진을 올리면서 ‘축구 역사상 최고 선수와 함께’라고 썼다. 그러면서 “아르헨티나 사람이라는 게 오늘처럼 자랑스러운 날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