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경기 ‘꽁꽁’] 부도 건설사 1년새 2곳→5곳… 폐업신고도 30% 이상 급증 “내년 상반기 금리인상 계속땐 중소-중견건설사 줄도산 우려”
국내 대형 건설사인 A사는 내년 분양 물량을 2만여 채로 낮춰 잡았다. 올해보다 1만 채가량 줄인 것.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서 내년 사업 계획은 아직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내년엔 주택 사업이 아닌 토목이나 플랜트, 해외 사업 등으로 눈을 돌려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불과 3, 4년 전만 해도 주택 경기 호황으로 주택 사업 부문 인력을 경쟁적으로 늘렸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건설사들이 평가한 경기 체감 지표가 12년 만에 최악으로 내려앉는 등 건설 경기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내년 상반기(1∼6월)에는 건설 경기가 더 나빠질 거라는 전망이 나오며 건설업계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건설업 종사자 약 165만 명은 물론이고 연관 산업 종사자 수백만 명이 관련된 건설 경기가 이대로 무너지면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대한건설협회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2곳이었던 부도 건설사는 올해 들어 5곳으로 늘었다. 시공능력평가 202위 우석건설과 388위 동원건설산업 등 중견 건설사도 포함됐다. 종합건설업체가 3000개가 넘는 점을 감안할 때 상위 10% 건설사도 부도를 피하지 못했다. 폐업 신고도 크게 늘었다. 건설산업지식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12월 20일 기준) 종합건설사의 폐업 신고는 180건으로 지난해 하반기(135건)보다 30% 이상 증가했다.
박철한 건산연 연구위원은 “대형 건설사는 그나마 버티고 있지만, 중소·중견 건설사들로서는 현 자금 경색이 ‘비 오는 데 우산 뺏긴 격’일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 금리 인상이 더 이어지면 중소 건설사 위주로 줄도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 하반기 180곳 폐업… 가전-가구 등 연관업계도 타격
중소-중견사 줄도산 우려
부동산 침체-자금난-원자재난 겹쳐
내년 분양 목표 물량 대폭 줄이고
재건축 재개발 사업 계약해지 고려
건설경기 악화와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이 우려되는 가운데 20일 오후 충남 아산시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아산=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건설업계가 지금과 같은 어려움을 겪는 것은 부동산시장 침체에 레고랜드발(發) 자금시장 경색, 원자재 가격 상승, 화물연대 파업 등 각종 악재가 한꺼번에 겹친 영향이 크다. 기준금리가 연이어 인상되며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올해 10월 강원 레고랜드 채권 부도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마저 막히면서 현금 유동성에 큰 문제가 생겼다. 원자재 가격 인상과 분양 시장 위축은 수익성 감소를 불러왔다.
중소 건설사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대형 건설사는 자체 보유한 현금으로 버틸 여력이 있지만 단순 도급 위주의 중소·중견 건설사는 돈줄이 말라 사업이 중단되면 회사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건자재 가격 급등 문제도 여전하다. 주요 시멘트 업체들은 내년 1월 시멘트 가격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올해 2월 시멘트 가격을 17∼19% 인상한 후 올해 하반기(7∼12월) 최대 15% 추가 인상을 계획했지만 중소 레미콘업계의 반발로 그나마 인상 시기를 늦춘 것이다.
권영선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금리와 집값 급락, PF 중단으로 내년 상반기 건설업체 부도가 속출하면 제2금융권 부실로 전이돼 우리 경제에 2차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며 “건설경기 악화를 막기 위해 미분양, 미입주 주택 해소 방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