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스’ 신인연기상 받아 2관왕 ‘서울 도심의…’ 연출상도 수상 “창작자들, 팬데믹 소외-기후위기 등 사회문제에 질문하는 노력 기울여”
영국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 원작에 한국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를 녹여 재해석한 연극 ‘걸리버스’(위쪽 사진)와 고된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을 내세워 사회의 연대와 소통을 그린 ‘서울 도심의 개천에서도 작은발톱수달이 이따금 목격되곤 합니다’. 극단 성북동비둘기·국립극단 제공
제59회 동아연극상 심사위원들이 21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심사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용훈 연출가, 전인철 연출가, 이경미 동아연극상 심사위원장(연극평론가), 김옥란 극동대 연극연기학과 교수.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작품상을 받은 ‘서울 도심의 개천에서도…’는 연출상(이래은)까지 거머쥐었다. ‘걸리버스’도 작품상에 이어 유인촌신인연기상(곽영현)을 받으며 2관왕에 올랐다.
‘서울 도심의 개천에서도…’는 일상에서 겪는 크고 작은 역경을 선의와 연대로 헤쳐 나가는 꿋꿋한 사람들을 그린 작품이다. 심사위원들은 “사회에서 소외된 타자를 도심에 버려진 수달에 빗대어 이야기하는 방식이 굉장히 흥미로웠다”며 “적대적이거나 이분법적 관계에 놓인 대상끼리의 소통과 연대를 말하며 연극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안했다”고 평했다.
연극 ‘툭’으로 신인연출상을 받은 임성현 연출가는 “자기만의 고유한 작품 세계가 뚜렷한 연출가”라며 “남성 중심적, 가부장적 관점에서 벗어나 소외된 타자를 무대로 불러들이는 방식이 경쾌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편입생’의 김하람 배우와 ‘걸리버스’의 곽영현 배우는 나란히 유인촌신인연기상을 받았다. 김하람에 대해서는 “역할이 가진 무게에 눌리지 않고 관객이 이야기 속으로 몰입할 수 있게 표현해냈다”고 말했다. 곽영현은 “작품의 진행 방향을 간파하는 영리함뿐 아니라 무대의 중심을 끝까지 잡아주는 에너지가 강하다”는 평을 받았다.
특별상에는 ‘신촌극장’이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은 “젊은 연극인들이 평소 도전하기 쉽지 않은 소재나 이야기를 자유로운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는 실험적인 장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새개념연극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광명문화재단의 ‘잠자리 연대기’는 “시민연극에 대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으며 금기시돼 왔던 노인의 성(性)을 소재로 한국 근현대사를 조망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상식은 내년 1월 16일 열릴 예정이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