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 ‘작은 새와 함께 있는 성가족’, 1650년경.
아기 예수가 요셉에게 기대어 개와 놀고 있다. 개의 시선을 끌기 위해선지, 작은 새를 움켜쥔 오른손을 위로 번쩍 들어 올렸다. 개는 앞발을 들어 이에 반응하고 있다. 실타래를 감던 마리아가 그 모습을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비록 누추한 살림살이지만 세상 부러울 것 없이 행복해 보이는 성가족의 모습이다.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는 17세기 스페인 세비야에서 가장 성공한 화가였다. 성경 이야기를 독창적으로 해석해 표현한 종교화로 큰 명성을 얻었는데, 이 그림이 대표작이다. 무리요는 성가족을 미화하지 않고 평범한 노동자 가정의 모습으로 묘사했다. 아기 예수의 머리에 후광도 없고, 목수 요셉의 이마엔 주름이 선명하다. 성모도 생계를 위해 노동하는 중이다. 두 동물을 그려 넣은 것도 특이하다. 아기 예수가 손에 쥔 새는 참새로 보인다. 참새는 자유의 상징으로, 선과 악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영혼의 자유를 의미한다. 작고 가벼워 나무 꼭대기로 쉽게 날아오르는 특성 때문에 선행을 통해 천국에 오르는 영혼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개는 신의와 충직함의 상징이다. 집과 양떼를 지키는, 인간이 가장 신뢰하는 동물이다. 그러니까 화가는 선한 이들이 가난 속에서도 신뢰와 믿음으로 화목한 가정을 이룬 모습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무리요가 이 그림을 그린 건 33세 무렵, 결혼한 지 5년이 지나서다. 자녀들이 태어나면서 누구보다 행복한 가정을 일구고 싶었던 때다. 세비야의 이발사 아들로 태어난 그는 열 살 무렵 부모를 여의고 결혼한 누이 집에서 살았는데, 누이도 그리 오래 살지는 못했다. 아내가 열 명의 자녀를 낳았지만 절반은 요절했다. 무리요에게 가족은 특별했을 터. 죽은 가족은 새처럼 날아가 천국에서 편히 쉬길 바랐을 테고, 남은 가족은 충견처럼 신의와 믿음으로 지키고 싶었을 것이다. 평생 붓을 놓지 않았던 그에게 가족은 사랑하고 부양해야 할 대상이자 화가로 성공해야 할 진짜 이유였을지도 모른다.
이은화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