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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년 ‘1%대 저성장’ 공식화… 대형 경제위기때 빼곤 최저

입력 | 2022-12-22 03:00:00

[2023 경제정책방향]
“성장률 1.6% 전망” 경제 경고음




정부가 내년 1%대 저성장을 공식화한 이유는 그만큼 미국의 급격한 긴축, 중국의 경기 둔화, 우크라이나 전쟁과 에너지 대란 등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수출은 올해보다 4.5% 감소하지만 수입은 그보다 더 큰 폭으로 줄어 경상수지는 ‘불황형 흑자’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사상 초유의 경기 침체가 불가피한 만큼 당장 눈앞의 위기 극복과 생존이 시급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잠재성장률 밑도는 1%대 성장

정부가 21일 내놓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1.6%)는 한국은행(1.7%)과 한국개발연구원(KDI·1.8%) 등 국내 주요 기관의 전망치들보다 비관적이다. 내년 한국 성장률을 2.0%로 예상한 국제통화기금(IMF)보다는 0.4%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재 데이터를 갖고 가장 진솔하게 담은 숫자”라고 설명했다. 통상 정부 전망치에는 정책 효과와 ‘기대치’가 더해지는데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해외에서 촉발된 복합 위기가 내년에 국내 경제 전반에 걸쳐 본격화되며 상당 기간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객관적인 전망치를 내놓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내부적으로 ‘경제는 심리’란 점을 감안해 2.0%나 1.9%를 전망치로 내놓자는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경제는 1960년대 경제 개발이 본격화된 후 대형 위기 때를 제외하곤 2%가 안 되는 성장률을 보인 적이 한 차례도 없다. 오일쇼크가 한국 경제를 덮친 1980년(―1.6%)과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2020년(―0.7%)의 연간 성장률은 마이너스(―)를 보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는 0.8%로 1%를 밑돌았다. 나머지 연도들은 항상 한국의 잠재성장률로 추정되는 2%가 넘는 성장률을 이어왔다.

경제 성장세가 급락하면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기 시작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부가 한은보다 성장률을 낮게 전망한 적이 없다”며 “내년 경제가 나쁘니 하반기(7∼12월)에는 금리를 낮추는 방안도 생각해 달라는 일종의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 수출보다 수입 더 크게 줄어 불황형 흑자

내년 경상수지는 210억 달러 흑자로 전망됐다. 이는 올해 예상치(220억 달러)보다 10억 달러 줄어든 규모다. 내년 수출이 올해보다 4.5% 뒷걸음치는데도 경상수지 흑자는 소폭 감소하는 데 그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경기 불황기에 수입 감소 폭이 수출 감소 폭보다 더 커서 발생하는 불황형 흑자다. 정부는 내년 수입은 올해보다 6.4%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고용시장은 올해와 달리 극심한 한파가 예상된다. 정부가 추산한 내년 취업자 수 증가 규모는 10만 명이다. 2020년 이후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가장 적은 해일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위기가 닥쳤던 2020년 취업자 수는 21만8000명 줄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없다면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이냐가 중요하다”며 “한계기업 옥석 가리기는 경기 침체기에만 할 수 있는 만큼 그동안 계속 미뤄왔던 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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