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인구 늘며 작년 1467건 사고 올해 3명 사망… 안전시설 기준 허술 골프장은 “캐디와 해결” 책임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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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날아온 골프공이 허벅지를 강타했어요. 타박상을 입고 병원 진료를 한동안 받았습니다.”
지난달 전남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다 부상을 당한 이모 씨(33)는 최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하소연했다. 이 씨는 “가해자가 누군지 모르겠다면서 골프장 측이 ‘모르쇠’로 일관해 병원비도 사비로 냈다”고 했다.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골프 인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골프장 내 사고도 급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관련 안전 규정이 허술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피해자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안전 규정은 허술하다. 체육시설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안전사고 위험이 있는 곳은 골프코스 사이에 20m 이상 간격을 둬야 하고, 어려운 경우 안전망을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안전망 높이 등 세부사항은 골프장 자율에 맡겨두고 있다. 경기도의 한 골프장 관리자는 “안전망을 설치해도 시간이 지나면 뚫리기 마련인데 교체 주기 등의 규정이 없다”면서 “안전망이 훼손돼도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바꾸지 않는 게 보통”이라고 털어놨다.
사고 발생 시 골프장 측이 “관련 규정이 없다”, “캐디와 해결하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일도 적지 않다. 배상책임보험 가입이 의무지만 보험료율 상승 등을 우려한 골프장이 보험 처리를 꺼리는 탓이다. 최근 충북의 한 골프장에서 공에 맞는 사고를 당한 A 씨(46)는 “골프장 측에 항의했더니 ‘경기 진행을 제대로 돕지 못한 캐디와 해결하라’고 일관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자체 감독도 형식적인 수준이다. 관련법에 의하면 지자체는 6개월마다 골프장의 안전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론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민원이 들어오면 나가는 수준이라고 한다.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학과 교수는 “전무하다시피 한 골프장 내 안전시설 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지자체의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