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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주거복지정책, 초고령화 앞둔 한국에 시사점

입력 | 2022-12-22 11:04:00


지난 11월 서울 서대문구에서 생활고와 부채에 시달리던 모녀가 세 들어 살던 다세대주택에서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지난 8월에는 밤새 쏟아진 폭우에 반지하주택에 거주하던 가족 3명이 참변을 당하는 일도 발생했다.

좌우를 가리지 않고 역대 정부는 모두 관련 예산을 늘려가며 촘촘한 주거복지 서비스 제공을 위해 정책을 설계하고 추진한다. 하지만 끊이질 않고 일어나는 이같은 사고들은 사각지대 없는 주거복지가 결코 해결하기 쉽지 않은 과제임을 보여준다.

이에 대한 해법을 구하기 위해 국내외 관련 연구와 실제 경험들을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국토교통부가 21일(어제)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개최한 ‘2022 대한민국 주거복지대전-제18회 주거복지인 한마당’이다.

국토부가 주최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택토지보증공사(HUG)가 공동 주관하는 행사로, 해당연도의 주거복지 정책을 평가하고 이듬해 관련 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이다. 2005년부터 매년 개최돼 올해로 18번째이다. 올해는 공공임대사업자, 관리·운영기관, 관련 학계 및 전문가, 관련 정책 공무원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졌다.

● 경기 고양시 등 10곳 우수 지자체 선정
이번 주거복지대전의 공식행사로 진행된 우수 지자체에 대한 시상식에서는 경기 고양시와 광주 북구, 부산 영도구 등 10곳이 선정됐다. 이들은 주거복지센터 설치와 민간과의 협력 등을 통해 복지전달체계를 강화하고, 지역 여건을 고려해 신규 돌봄 지원사업 등과 같은 서비스를 확대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들의 성과는 내년에 추진될 관련 정책에 적극 반영된다.

정부는 또 어려운 지역 여건에도 전년 대비 성과가 크게 향상된 강원 홍천군과 인천 미추홀구, 전남 광양시 등도 개선 지자체로 선정해 별도로 시상했다.

이날 국토부, LH, 주택관리공단, 주거복지센터 현장 관계자 등 80여 명이 참석 가운데 간담회도 열렸다. 이 자리에선 쪽방, 반지하방 등과 같은 주거 취약가구에 대한 주거지원 사례 발표와 효율적인 주거복지센터 운영방안 등이 집중 논의됐다.

● 미국 등 주거복지정책, 초고령화 진입 앞둔 우리나라에 시사점
 미국 프랑스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주거복지정책을 분석해 시사점을 찾아내기 위한 전문가 세미나도 이날 진행된 주요 행사 가운데 하나였다. 한국주거복지포럼이 주최해 열렸는데, ‘해외 주거복지 전달체계 및 거버넌스 사례와 시사점’을 주제로 각국별 주거복지정책의 특성에 대한 주제 발표와 전문가 토론이 진행됐다.

주제 발표에 소개된 일부 사례는 초고령화 진입을 눈앞에 둔 우리나라에 적잖은 시사점을 던졌다. 특히 미국의 경우 장애와 고령질환을 가진 주거취약계층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해 통합적 주거-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공동, 공동-민간 파트너십이 늘고 있으며, 주거지를 플랫폼으로 삼아 지역사회 기반 파트너십도 강화되는 추세라는 점이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일본의 경우 주택행정을 담당하는 국토교통성과 복지행정을 담당하는 후생노동성이 연락협의회를 구성해 주거복지 정책을 수립하고, 기존의 공공임대주택단지를 지역의 의료복지거점으로 바꾸는 작업을 활발하게 추진하는 것으로 소개돼 관심을 모았다.

영국에서는 국가가 모든 주거복지를 책임질 수 없는 상황에서 다양한 비영리 민간조직을 활용한 주택조합형 모델이 확산되고 있었다. 또 프랑스에선 공공임대주택이 중앙정부 대신 지자체나 지역주민 공동체가 중심이 돼 주거지 정비와 주택공급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청약 상담과 노인성 장애 체험도 진행
이날 행사장 방문객이 주거복지정책을 체험할 수 있도록 현장 상담과 체험존 등도 운영됐다.

현장상담은 LH, HUG, 주택관리공단 등이 부스를 설치한 뒤 추진 중인 각종 정부 정책과 관련 상품들을 홍보하고, ‘전세사기 피해방지’를 위한 법률 상담이나 공공임대아파트 등에 대한 청약 상담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체험존에서는 미래에 진행될 각종 주거복지정책을 가상현실(VR)을 통해 체험하는 이벤트가 펼쳐졌다. 이를 위해 앞으로 공공주택 분양 시에 도입될 서류 없는 청약 신청이나 임대료 알림 서비스, 노후 공공임대주택의 리모델링 전후를 비교 체험하는 시설 등이 설치돼 눈길을 끌었다.

이밖에 ▲노인 등 주거약자의 신체적 불편함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체험복 착용존 ▲무장애 설계 디자인을 경험하는 주거약자 케어존 ▲스트레스 지수와 심리적 건강 수준을 측정하고 VS영상을 통해 안전교육을 받는 마인드 케어존 등도 운영됐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