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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돌프 대신 버스 타고…산타 할아버지가 선물한 ‘특별한 하루’

입력 | 2022-12-22 11:17:00

양평 원덕초 찾은 ‘찾아가는 책읽는 산타버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분장을 한 구연동화 선생님이 원덕초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산타 할아버지가 책 읽어주는 버스가 왔어요!”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던 21일 경기 양평군 원덕초. 운동장에 소복하게 쌓인 눈을 밟으며 눈싸움하던 아이들이 노란색 이동식 도서관 ‘찾아가는 책읽는 산타버스’로 모여들었다. 아이들은 책을 들고 있는 산타 할아버지를 보고 깜짝 놀랐지만 곧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크게 외쳤다. 크리스마스가 되기 전 찾아온 깜짝 선물에 아이들의 얼굴엔 미소가 번졌다.

 45인승 버스를 개조해 만든 ‘찾아가는 책읽는 버스’는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대표 김수연 목사)이 운영하고, KB국민은행이 후원한다. 1987년 설립된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은 이동식 도서관으로 농어촌을 찾거나 지역 축제 현장을 방문해 책 읽기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책 읽기는 물론이고 구연동화, 체험활동, 신나는 OX퀴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찾아가는 책읽는 버스’는 올해 처음 ‘찾아가는 책읽는 산타버스’로 탈바꿈했다. 겨울에 도서관을 찾기 쉽지 않은 아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다.

이날 ‘찾아가는 책읽는 산타버스’를 찾은 건 원덕초 학생 22명과 원덕초 병설유치원 원생 11명이다. 아이들은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내부를 가득 채운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이어 흰 수염과 빨간 옷으로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분장을 한 구연동화 선생님이 이솝 우화 ‘토끼와 거북이’의 뒷이야기를 상상한 동화책 ‘슈퍼 거북’(2014·책읽는 곰)을 읽자 아이들은 토끼와 거북이 흉내를 내며 행복해했다. 산타 할아버지와 신나게 논 차예린 양(8)은 “친구들과 함께 산타 할아버지를 만나 신기했다. 재밌는 시간이었다”고 웃었다.

동화 구연 후에 아이들은 스스로 원하는 책을 골라 읽기도 했다. 만화책을 골라 집중해 읽던 김민성 군(8)은 “학교 도서관과 달리 버스 안이 크리스마스 장식이 예쁘게 있어서 신기하다”며 “앞으로 책을 더 많이 읽고 싶다”고 했다. 이지안 양(6)은 동화책을 양손에 꼭 쥔 채 “내가 좋아하는 책이 가득한 책의 나라에 놀러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아이들은 배지 만들기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원덕초는 전교생이 70명에 불과한 작은 학교다. 병설유치원까지 함께 있지만 학교도서관이 낡고 작아 아이들이 책을 읽기 쉽지 않았다. 권은정 원덕초 병설유치원 교사는 “가장 가까운 양평어린이도서관이 자차로 10분 이상 걸려 독서 교육이 쉽지 않다”며 “‘찾아가는 책읽는 산타버스’가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고 했다. 강현주 원덕초 교사는 “‘찾아가는 책읽는 산타버스’엔 학교에 없는 새로운 동화책이 많아 아이들이 더 즐거워했던 것 같다”고 했다.

최민희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기획국장은 “강원 양구군 비봉초, 경기 여주시 오학초 등 이달 2~23일 17곳을 방문한다”며 “내년에도 ‘찾아가는 책읽는 산타버스’로 아이들에게 특별하고 기억에 남는 하루를 선사하고 싶다”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