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목적기반차량(PBV) 양산을 목표로 한 기아의 경기 화성 신공장을 둘러싸고 노사 간 갈등을 겪는 가운데 사측이 물량 확대와 고용 안정에 대해 진전된 안건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노조 측이 “확실한 문구를 제시하라”며 일단 합의를 거부했다. 양측은 22일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다.
22일 자동차업계와 기아 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20일 고용소위 5차 본협의가 열렸다. 사측은 신공장 설립에 따른 생산 물량 등의 내용을 담은 3차 제시안을 노조에 전달했다. 사측은 “1단계 설비 능력 10만 대로 전개하되, 2단계 파생차 및 추가 차종 투입을 통해 20만 대 이상 생산할 수 있는 PBV 핵심 생산 거점을 조성하겠다”고 제안했다.
기아 화성 오토랜드 전경. 기아 제공.
아울러 노조가 강하게 요구했던 모듈 공장 내부화에 대한 수용 의사도 내비쳤다. 모듈 공정과 관련해 “화성 공장 내 전동화 모듈 부품의 조립 생산을 추진하고, 전동화에 따른 전환 방향 등을 논의 하기 위해 중장기 발전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사측은 “제시안의 문구에 대한 의미 해석을 잘 해달라”고 요청했다. 후속 차종을 개발해서 화성 공장에 투입할 계획이지만, 정확한 시기와 차종은 보안상 확답이 어렵기 때문에 이해의 폭을 넓혀 달라는 것이다. 사측은 PBV라는 차종이 세상에는 없던 차종이니 만큼, 판매량 추이를 봐서 생산량을 늘려가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사측이 상당히 진전된 안건을 제시했다고 보고 있다. 한 수입차 업체 임원은 “해외 업체들도 공장 신설을 할 땐 노사 협의를 하는데, 구체적인 숫자까지 합의는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다만, 사측이 큰 틀에서 회사 미래상을 제시하면 노조가 대승적으로 합의를 하고, 추후에 물량이나 고용, 임금 등에 대해서 논의해 나간다”고 말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아는 과거에 피인수된 경험이 있어 고용 불안을 호소할 수밖에 없다. 결국 사측과 노조가 전기차 전환에 따른 노동 인력 전환이나 미래차 시대의 인력 재교육 방안 등에 대해 구체적인 합의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기아 노사는 22일 6차 고용소위 본협의를 열고 추가 협의를 할 계획이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