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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램리서치 등 탈중국 심화…한국 기회 잡아야”

입력 | 2022-12-22 12:33:41

대한상의 보고서




중국 내에 사업장을 둔 글로벌 소재·부품·장비(소부장)업체들 사이에서 최근의 중국 봉쇄 사태와 미중 갈등으로 인해 탈중국 움직임이 커지고 있어 이를 한국으로 유치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오준석 숙명여대 교수팀에 의뢰한 ‘글로벌 소부장업체 국내 투자유치 전략 보고서’를 22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주중 EU상공회의소가 지난 4월 중국진출 유럽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현재 진행 중이거나 계획된 투자를 중국 외 국가로 이전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비중은 23%로 최근 10년 내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주상하이 미국상의가 주중 미국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7, 8월 실시한 조사에서도 응답기업의 3분의 1 가량이 중국에 계획했던 투자를 이미 다른 국가로 돌렸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는 지난해보다 2배 늘어난 수치다.

지난달 방한해 경기 화성 뉴캠퍼스 청사진을 밝힌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 ASML 제공


실제 최근 네덜란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기업 ASML은 10월 중국 내 미국인 직원들에게 중국 고객에 대한 직간접적 지원 자제를 지시한 바 있다. 반도체 식각 공정 1위인 램리서치와 반도체 검사 설비업게 KLA도 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에 파견했던 엔지니어를 비롯해 직원 철수에 나섰다. 보고서는 “기존 글로벌 공급망 조성이 경제학적 효율성과 최적화를 통한 비용절감에 기인했다면 최근에는 비용 손실을 일부 감수하더라도 공급망 안정화를 꾀하는 위험절연 기조로 재편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탈중국에 나선 업체들의 경우 생산 단계에서의 리스크는 회피하더라도 여전히 거대 판매 시장으로서의 중국은 포기하기 어려운 만큼 주변 아시아 지역으로의 이전을 적극 검토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소부장업체들의 탈중국 움직임이 한국에 큰 기회요인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지난달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방한해 경기 화성 ‘뉴 캠퍼스’ 기공 간담회를 연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보고서는 “아세안(ASEAN)의 경우 부품생산과 조립공정 위주의 업스트림 시장이기 때문에 중국시장 진입에 대한 기술이나 지식 면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하다고 느끼는 기업들이 많다”며 “반면, 한국과 일본의 경우 업스트림은 물론 새롭게 시장을 만들어내는 시장기술이 발달했고 시장데이터를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는 다운스트림 분야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중국 공략이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일본보다 한발 앞서 파격적인 투자유치 지원책을 내놓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빠른 이전을 원하는 외국기업들의 비자, 세제, 환경, 입지 문의에 대한 원스톱 지원 서비스를 확대 보강하고, 소부장 핵심전략기술·장비 및 공급망 안정품목을 보유한 외국기업들의 생산·연구시설 이전에 대해서는 세액공제 및 규제완화 특례 등 국내기업과 동일한 혜택을 제공할 것을 제언했다.

김문태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위기와 기회의 측면을 모두 갖고 있다”며 “글로벌 소부장업체들의 탈중국 움직임이 일본 수출규제에 이어 국내 소부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또다른 모멘텀이 될 수 있도록 정부와 업계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도영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