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AP뉴시스
미국 테크 산업과 부동산 시장의 겨울이 깊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기간 호황을 누렸던 산업이 금리 인상 속에 찬바람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21일(현지시간) 미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실적 악화 속에 내년까지 임직원 약 10%를 감원한다고 공시했다. 마이크론 임직원 수가 약 4만8000명임을 감안하면 4000~5000여 명이 회사를 떠나게 될 전망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직격탄을 입은 미 부동산 시장은 ‘거래 절벽’이 심화되고 있다. 1999년 기록이 시작된 이래 최장기인 10개월 연속 거래수가 줄었다.
● 깊어지는 테크-부동산 겨울
마이크론은 이날 자체 회계연도 1분기(9~11월) 매출액이 41억 달러(5조2000억 원)로 전년 대비 약 47% 감소했다고 밝혔다. 1분기 손실은 1억9500만 달러(2500억 원)로 주당 18센트 적자를 봤다. 이는 시장 전망치를 하회한 수준이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성명에서 “최근 몇 달 동안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드라마틱하게 급락했다”며 실적 악화의 이유를 설명했다. 팬데믹(대유행) 기간 급증했던 컴퓨터 등 정보기술(IT) 기기가 급속히 냉각되며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얼어붙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내년 상반기 전망도 어둡다는 점이다. 마이크론은 2분기(12~2월)에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줄고, 주당 순손실이 52~74센트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하반기가 되어서야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도 밝혔다. 앞서 인텔도 100억 달러(12조7000억 원) 비용감축 일환으로 감원을 시사했고, 엔비디아와 퀄컴은 고용동결을 밝히는 등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얼어붙은 상태다.
미 부동산 시장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으로 인한 거래절벽에 시달리고 있다. 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이날 11월 기존주택 매매 건수가 전월보다 7.7% 감소한 409만 건(연율 기준)으로 집계돼 10개월 연속 감소 기록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과 비교하면 35.4% 급락한 수치다. 집값도 올해 6월 최고점을 찍은 뒤 5개월 연속 전월대비 하락세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여전히 3.5% 높지만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상승폭이라는 평가다.
● 인플레 둔화에 소비심리 회복되나
부정적 경기 전망 속에도 이날 미국 소비심리가 개선됐다는 지표가 나와 뉴욕증시에서 나스닥 지수가 1.5% 급등했다. 11월 최대 성수기 블랙프라이데이에도 소매매출이 급감해 비관론이 휩쓸던 미 증시가 12월에 소비심리가 개선됐다는 발표에 수직 상승한 것이다. 미 콘퍼런스보드에 따르면 12월 소비자신뢰지수는 108.3으로 올해 4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소비자 기대 인플레이션도 6.7%로 2021년 9월(7.1%) 이후 가장 낮았다. 전날 소비 경기에 민감한 나이키와 페덱스 실적이 시장전망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기록한 점도 내년 경기 연착륙에 대한 희망에 불을 지폈다. CNN은 “유가가 하락하고 체감 인플레이션이 내려가면서 소비심리가 크게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