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stion&Change]〈23〉‘삼분의일’ 전주훈 대표 택배 배송으로 물류비 90% 줄여… 100일내 교환-반품 제도도 도입 온라인 판매 등 누적매출 400억… AI로 수면온도 찾는 제품 개발중
전주훈 ‘삼분의일’ 대표가 서울 서초구 삼분의일 강남체험관에서 이 회사가 만든 메모리폼 매트리스에 누워 미소를 짓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가사도우미 플랫폼 ‘홈클’을 2014년 창업했다가 2년 만에 접게 된 전주훈 ‘삼분의일’ 대표(39)는 하루 밤잠을 두세 시간씩만 자는 생활을 6개월여간 지속하다가 우울감을 느꼈다. 의사는 “하던 일을 빨리 정리해야 나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폐업을 마무리한 전 대표는 두 달간 발리로 여행을 떠났다가 질문을 가졌다. ‘수면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회사는 왜 없을까.’ 메모리폼 매트리스로 유명한 수면 전문 스타트업 ‘삼분의일’이 2017년 탄생한 배경이다.
전 대표는 홈클 창업을 통해 ‘큰 문제를 풀 수 있는 시장을 선택해야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홈클의 핵심 서비스인 집 청소는 사람들에게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이었다. 청소가 하루 밀린다고 해서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서비스 운영방식을 표준화하기도 어려웠다. “홈클의 핵심은 알고리즘 매칭 등 기술이라고 생각했는데, 가사도우미와 이용자들의 불만을 처리하느라 10년 뒤 비즈니스 모습이 그려지지 않았다.”
틈새시장을 발견한 전 대표는 다양한 베타테스트를 통해 5중 구조의 매트리스를 만들었다. 온돌 문화에 익숙한 한국 문화를 고려해 소비자가 기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단단한 매트리스와 좀 더 푹신한 매트리스 등 종류를 다양화하는 방법으로 차별화했다.
스타트업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가격 거품을 없애야 했다. 물류비용을 줄이기 위해 1억5000만 원짜리 매트리스 압축 기계를 들였다. 퀸 사이즈의 매트리스를 초압축해 높이 1m, 가로세로 45cm 크기의 박스에 포장했다. 직접 배송을 하는 다른 매트리스와 달리 택배로 배송을 하면서 물류비를 10분의 1로 줄였다.
구입 후 100일 이내에 몸에 맞지 않으면 교환이나 반품이 가능한 ‘100일 체험 제도’도 도입했다. 타깃 고객은 ‘판교의 개발자’로 정했다. 개발자들이 생산성 높은 하루를 보내는 것에 관심이 큰 점을 고려한 것이다. 원하던 대로 첫 6개월간 고객의 80%는 남성이었다.
사용감이 중요한 매트리스 특성상 온라인으로만 홍보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그렇다고 대기업처럼 곳곳에 판매장을 마련할 수는 없었다. 전 대표는 삼분의일이 입주한 공유오피스 한편에 체험관을 조성하고 설명에 나섰다. 홈페이지에 리뷰가 1000개가량 쌓이자 체험관에 방문하지 않고 온라인을 통한 구매가 활발해졌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