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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美군용기 타고 워싱턴으로… 나토 조기경보기 뜨고 英전투기 엄호

입력 | 2022-12-23 03:00:00

전격 미국 방문, 첩보작전 방불
항공기 코드명 ‘특별공중임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젤렌스키 대통령 방미에 맞춰 패트리엇 방공미사일 시스템 등 18억5000만 달러(약 2조3000억 원) 규모의 추가 무기 지원을 발표했다. 2022.12.22.[워싱턴=AP/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21일(현지 시간) 전격 미국 방문은 첩보 작전을 방불케 하는 철통 보안 속에 추진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미국행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의 촘촘한 호위를 받았다. 이동 경로는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우크라이나와 서쪽 국경을 맞댄 폴란드의 한 기차역에서 경호를 받으며 이동하는 모습이 폴란드 방송 카메라에 포착됐다. 키이우에서 폴란드까지 열차로 이동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곳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인근 공항에 도착해 미 공군 수송기 C-40B에 올랐다. 항공기 코드명 ‘SAM(특별공중임무)910’은 실시간 비행경로 추적 웹사이트에 잠시 노출됐다가 사라졌다. 북해 인근 상공을 지날 때는 독일 나토 공군기지에서 발진한 공중조기경보기(AWACS)와 영국 공군기지에서 뜬 미 공군 F-15E 전투기가 러시아 잠수함 요격에 대비해 엄호 비행을 했다.

그는 이날 정오경 미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정상회담에서는 돈바스 지역에서 미국이 지원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포대를 지휘하는 우크라이나군 대위의 부탁이라며 이 대위가 받은 무공훈장을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국방색 전투복 티셔츠를 입고 미 의회 연단에 서서 민주당과 공화당 지도부, 의원들로부터 2분간 기립박수를 받은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후 약 25분간 때로는 농담처럼, 때로는 진지하게 영어로 연설해 청중의 환호와 웃음, 박수를 끌어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겨냥해 “우리는 ‘푸틴’처럼 자유에 역행하는 사람을 ‘풋인’하겠다(put-in place·분수를 알게 하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푸틴(Putin)과 풋인(put-in) 발음의 유사성에 착안한 농담이었다. 일본의 진주만 공습 이튿날인 1941년 12월 8일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의회 연설 중 ‘미국 국민은 정의로운 힘으로 절대적으로 승리할 것’이라는 대목을 언급하며 “우크라이나 국민도 절대적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는 “그의 영어 연설은 우크라이나어 연설 통역보다 훨씬 강력했다”고 전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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