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한국영화 개봉 1호 ‘스위치’ 넋 놓고 웃다가 마지막엔 뭉클 감독 “권상우 배우 인생 집대성”
영화 ‘스위치’에서 톱스타에서 무명 배우로 인생이 바뀐 박강(권상우·왼쪽)과 박강의 절친으로 매니저에서 톱스타가 된 조윤(오정세)이 차 안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새해에 개봉하는 첫 한국 영화 ‘스위치’는 기대를 안 하게 만드는 영화다. 톱스타와 그에게 헌신하는 매니저의 인생이 뒤바뀐다는 설정은 주인공들의 직업만 달리해 여러 영화에서 활용돼 진부한 느낌을 풍긴다. 게다가 시놉시스만 봐도 다른 인생을 살아본 뒤 소중한 무언가를 깨닫게 되고 새 사람이 된다는 결말까지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그런데 예상 밖으로 상영 시간 대부분 관객을 넋 놓고 웃게 만든다. 마지막엔 가슴이 뭉클해지기까지 한다. 공감을 끌어내는 일상의 디테일과 현실 냄새 풀풀 나는 대사, 배우들의 과하지 않은 생활 밀착형 연기가 진부한 소재를 신선하게 재포장하기 때문이다. 다 아는 내용도 변주하기에 따라 웃음과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10년 전 무명 연극배우였다가 천만 배우로 등극한 박강(권상우)과 그의 절친이자 매니저인 조윤(오정세)이 주인공이다. 박강은 톱스타가 된 뒤 갑질을 일삼고 돈밖에 모르는 등 안하무인이다. 그런 두 사람의 인생이 크리스마스이브 날 뒤바뀐다. 이날 택시 안에서 잠든 박강이 눈을 뜬 곳은 원래 살던 최고급 아파트가 아니라 평범한 단독주택. 그는 분명 미혼인데 눈 떠보니 쌍둥이 자녀에 아내(이민정)도 있다. 박강은 재연 프로그램 전문 무명 배우로 귀신 등 온갖 역할을 하며 생계를 겨우 이어가는 신세. 반대로 조윤은 감독들이 모두 탐내는 톱스타가 돼 있다.
이민정은 어느 동네에나 있을 법한 생활력 강한 평범한 엄마 역할을 소화해낸다. 권상우와는 최고의 ‘부부 케미’를 보여준다. ‘현실 부부는 그렇지 않다’는 듯 ‘부부 로맨스’ 분위기가 고조될라치면 과감히 끊어내는 연출은 여러 번 폭소를 유발한다. 특히 아이가 있는 부부라면 크게 공감하며 웃고 울 만한 장면이 많다. 가족은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유머와 감동의 적절한 배합을 통해 스며들 듯 전한다. 권상우는 “영화를 촬영하며 가족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관객들도 그런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였으면 한다”고 했다.
다만 크리스마스가 시간적 배경이고 캐럴이 흘러나오는 등 연말 분위기에 어울리는 영화임에도 새해인 1월 4일 개봉하는 건 아쉽다. 맛깔 나는 구어체 대사가 영화 막판 동화 속 문어체 대사로 바뀌는 점도 조금 걸리는 대목. 그럼에도 유머와 감동, 메시지가 아쉬움을 모두 상쇄하고도 남는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