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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바이든과 10개 조건 평화구상 합의”

입력 | 2022-12-23 03:00:00

“러군 철수-영토회복 등 조건
G7 평화정상회담서 보장을”



백악관서 만난 젤렌스키와 바이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300일 만인 21일(현지 시간) 첫 해외 방문으로 미국을 찾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이 백악관에 도착하자 마중 나온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그의 어깨에 손을 얹고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출처 바이든 대통령 트위터


미국을 전격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10개 조건을 담은 평화 구상(peace formula)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미 의회 연설에서 “우리는 평화를 요구한다. 이를 위해 평화 정상회담 개최와 공동 안보 보장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의 평화 제안을 지지했다는 것을 알릴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 철수 및 종전, 영토 회복 등을 포함한 10개 조건 평화 구상과 관련해 주요 7개국(G7) 정상이 참여하는 글로벌 평화 구상 정상회의를 통한 조건 이행 보장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 둘 다 (우크라이나 평화에 대해) 완전히 같은 비전을 갖고 있고 전쟁을 끝내기를 원한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와 대화할 준비가 되면 (대화에서)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주권-영토 타협 못해” 바이든 “참수작전 정밀탄 지원”



양국 정상, 워싱턴서 회담




젤렌스키, 영토 반환 등 10가지 요구
美의회선 “우크라 지원은 투자” 강조
바이든, 패트리엇 추가 요청엔 웃음
러국방, 푸틴에 병력 30% 증강 제안



美의회서 연설… 우크라軍 서명 담긴 국기 선물 21일(현지 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뒷줄 왼쪽부터)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의회 연설을 마무리하며 선물한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방미 직전 우크라이나 동부 최대 격전지 바흐무트를 방문했을 때 현지 장병들로부터 받은 서명이 국기에 적혀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끝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전쟁을 끝내기 위한) 평화 구상(10개 조건)의 구체적인 조치들과 미국이 이를 실행하기 위해 도울 수 있는 일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제안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내게 정의로운 평화는 러시아의 침략으로 인한 모든 피해에 대한 보상이며 조국의 주권과 자유, 영토 보전에 대한 타협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미 의회 연설에서는 “테러 국가인 러시아의 평화 조치를 기다리는 것은 순진한 일”이라며 “내년 우크라이나 모든 국민에게 자유를 돌려줄 것”이라고도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신을 차리고 군대를 물리면 전쟁은 오늘 바로 끝날 수 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 잔인한 전쟁을 끝낼 의사가 전혀 없다”며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계속 돕겠다”고 말했다.
○ “바이든에게 평화 구상 위한 구체 지원 제안”
젤렌스키 대통령이 밝힌 평화 구상 10개 조건은 1991년 옛 소련 독립 당시 확정된 우크라이나 영토의 완전한 반환과 러시아군 철수 및 적대 행위 중단, 러시아의 전쟁 배상금 지급을 비롯한 정의 회복, 포로 석방과 핵 안전, 식량 및 에너지 안보, 종전 공고화 등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을 통한 우크라이나 공동 안보 보장 방안을 요구해 왔다. 다만 러시아는 이 같은 제안을 “비현실적”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회담 주요 쟁점은 내년 자유와 독립을 위해 싸우는 우크라이나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테러국가인 러시아 제재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확전을 우려해 제공하지 않던 패트리엇 미사일은 물론이고 군 지휘부 제거 같은 ‘참수작전’에 쓰이는 합동정밀직격탄(JDAM) 키트, 위성통신체계를 포함해 18억5000만 달러(약 2조3000억 원)어치 무기를 추가 지원한다고 밝혔다. 개전 이후 미국의 단일 지원으로 가장 큰 규모다.
○ “美의 우크라 지원은 자선 아닌 투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이어 미 국회의사당을 방문해 상·하원 의원들을 상대로 연설했다. 그는 “우리에겐 대포가 있다. 매우 고마운 일이다. 충분하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면서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자선(charity)이 아니다. 세계 안보와 민주주의에 대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을 차지한 야당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지만 백지수표는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 의회는 449억 달러(약 57조8300억 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이 담긴 2023년 연방정부 예산안을 23일 표결한다.

바이든 대통령도 일부 요구에는 난색을 표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에이태큼스(ATACMS) 전술 지대지미사일 등 모든 지원을 해줄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젤렌스키 대통령)의 대답은 ‘그렇다’일 것”이라면서도 “모든 것을 주면 유럽의 단결을 해체할 수 있다. 우리는 러시아와 전쟁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트리엇을 더 받고 싶다고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웃기만 했다. 그러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전쟁 중이다.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국방 고위 지도부 확대회의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군 병력을 115만 명에서 150만 명으로 (30%) 늘리고 징병 연령을 18∼27세에서 21∼30세로 상향해야 한다”고 제안하자 푸틴 대통령은 지지 의사를 밝혔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파리=조은아 특파원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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