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오전 서울 시내의 주요 시중은행 영업점들은 비교적 한산했다. 부동산 규제지역 내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이어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 풀렸지만 상담 문의로 북적이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매서운 추위 탓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더 무섭게 치솟은 대출금리 영향이 크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근무시간 중 잠시 짬을 내 영업점에 들렀다는 직장인 A씨는 “현재 전세로 살고 있는데 요즘 집값이 내려가는 추세라 주담대 금리를 알아보려고 왔다”며 “신용등급이 높은 편인데도 이자가 5% 중반대를 훌쩍 넘어가 깜짝 놀랐다. 집값이 더 떨어지길 기다려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규제가 풀려도 그동안 금리수준이 워낙 많이 올라간 게 현실”이라며 “차주별로 감당이 가능한 선으로 제한되면서 부동산시장이 회복되기 전까지 대출수요가 크게 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신용등급 최고점수 구간에서도 모두 5%를 훌쩍 넘어섰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시중은행이 지난달 신규 취급한 주담대 평균금리는 ▲우리은행 5.71% ▲신한은행 5.67% ▲농협은행 5.44% ▲하나은행 5.33% ▲국민은행 5.11% 순으로 높았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금리는 7%를 넘어섰다.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하나 7.30% ▲농협 7.24% ▲신한 7.00% ▲국민 6.87% ▲우리 6.67% 순으로 집계됐다.
마이너스통장 평균금리는 ▲국민 7.28% ▲농협 6.99% ▲신한 6.98% ▲하나 6.80% ▲우리 6.77% 순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고금리에 주택자산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규제 완화 조치가 침체된 시장의 단기 방향 전환과 빠른 회복을 이끌어 내는 것은 제한적”이라며 “경기 둔화와 고용시장 냉각으로 자기자본 비율이 낮은 수요층보다는 현금탄환이 준비됐거나 대출 여력이 있는 여유계층의 알짜지역 경매·급매물 유통이 발현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