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3일 베트남 하노이의 삼성 연구개발(R&D)센터 준공식에 참석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전체 판매량의 절반 가량을 생산하는 베트남에 대규모 연구소를 지으며 삼성의 ‘글로벌 핵심 기지’ 역할을 강화하는 행보로 분석된다.
이날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 R&D센터 준공식에 참석한 이 회장은 “이 센터는 베트남의 산업 경쟁력 강화는 물론 한·베트남 양국 간 우호협력 증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과 베트남은 1992년 12월 22일 국교 수립을 한 뒤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또 이 회장은 하노이 인근 삼성 사업장도 찾아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생산 공장을 살폈다. 현지 사업 현황과 중장기 경영 전략을 점검하고 임직원을 격려하는 자리였다. 이 회장은 이번 베트남 출장에서 6명 이상의 자녀를 둔 한 현지 직원에게 베트남 휴양지인 푸꿕 여행권을 선물하기도 했다.
베트남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전체 판매량 가운데 절반 가까이 생산하는 ‘글로벌 핵심 생산 거점‘이다. 과거에는 중저가 제품 위주로 생산했지만 투자를 늘리며 현재 최신 폴더블 스마트폰과 TV, 배터리, 카메라 모듈 등을 생산하고 있다.
베트남이 삼성의 핵심 기지가 되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 삼성은 1989년 삼성물산이 하노이에 사무소를 설치하며 베트남에 처음 진출했다. 1995년 베트남 남부 호치민 지역에 TV 생산 공장과 판매 법인을 세우고 TV 생산·판매에 나섰다.
삼성의 베트남 투자가 본격화 된 건 고 이건희 선대회장과 판 반 카이 전 베트남 총리의 2005년 ‘하노이 회담’ 이후부터다. 당시 이 선대회장은 양국 경제 협력을 통해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투자 확대를 결정했다.
이재용 회장도 2012년 이 선대회장과 함께 베트남을 찾아 스마트폰 생산 현장을 점검한 이래 베트남 주요 인사들과 교류하며 베트남 사업들을 챙겨 왔다. 이 회장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응우옌 쑤언 푹 현 베트남 주석(당시 총리)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