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가 위치한 벨기에가 징병제를 폐지한 지 30년 만에 병력 확충 계획을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 내 안보 우려가 커지면서 꾸준히 군축을 진행해 오던 벨기에마저 군비 증강 대열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뤼디빈 드동데르 벨기에 국방장관은 브뤼셀타임스와의 22일자(현지시간) 인터뷰에서 현재 2만5000명 규모인 상비군의 숫자를 2030년까지 2만9000명으로 확대한다고 말했다.
벨기에는 병력 확충에 더해 이전에 추진하던 군사 기지 폐쇄 계획을 취소한다. 또 새 군사기지를 최소 2곳 건설하기로 했다.
드동데르 장관은 “사람들은 집에서 더 가까운 곳에서 일하고, 친구나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길 원한다”며 “기존 시설을 분산하고 투자를 계속해 집에서 출퇴근할 수 있는 일터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병력을 늘리려면 군인들의 일터가 될 군 시설의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브뤼셀타임스는 벨기에가 징병제를 폐지한 1993년 이후 다시 병력을 확대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유럽 국가들은 군비 확장에 시동을 걸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벨기에도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인 방위비를 2030년까지 1.54%, 2035년까지 2%로 늘리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방위비에 10억유로(1조36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드동데르 장관은 인구 1200만명인 벨기에가 작은 나라임을 인정한다면서 “벨기에 해군은 네덜란드와, 육군은 프랑스와 협력하고 벨기에가 대부분 유럽과 나토, 유엔의 틀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벨기에는 북쪽으로는 네덜란드, 동쪽으로는 독일, 서남쪽으로는 프랑스와 접해 있다. 동맹국들에 둘러싸여 있는 지리적 특성상 안보상 안전한 지역으로 여겨져 왔고, 그동안 군비를 축소해온 것도 이런 인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기점으로 벨기에가 군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게 됐다. 드동데르 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더 이상 군대에 투자하는 것을 미룰 수 없다는 것, 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평화 분담에 기대왔다는 것을 알려줬다“며 ”누군가는 이미 늦었다고 말하지만, 최근 사이버와 정보, 물류에 대한 우리 국방부의 투자가 올바른 결정이었다는 점도 증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 국방장관으로서 어떤 차이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이런 종류의 질문은 남자 기자들만 하더라“라고 꼬집으며 ”성별이 차이를 만드는 건 아니다. 내 동료 장관들은 모두 그들이 이미 성취한 것과 성취할 수 있는 것을 바탕으로 그들의 자리에 올라선 것이다. 나는 내가 여성이기 때문이 아니라 한 인간이자 정치인으로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결심으로 이 자리에 선 것“이라고 답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