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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압박 느꼈나… 푸틴, 젤렌스키 방미 하루만에 “종전 위해 노력할것”

입력 | 2022-12-23 16:15:00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선물을 들고 있다. 미국 정부는 젤렌스키 대통령 방미에 맞춰 패트리엇 방공미사일 시스템 등 18억5000만 달러(약 2조3000억 원) 규모의 추가 무기 지원을 발표했다. 2022.12.22. 워싱턴=AP/뉴시스


미국-우크라이나 정상이 워싱턴에서 만난 다음날인 22일(현지 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의 쳇바퀴를 돌리는 것 보다는 종전(終戰)을 위해 노력할 것이고 이는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또 ‘특별 군사작전’이라고 주장해왔던 우크라이나 전쟁을 처음으로 ‘전쟁’이라고 지칭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예정인 패트리엇 지대공 미사일에 대해선 “파괴할 것”이라며 적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조 원이 넘는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약속하자 푸틴 대통령이 압박을 느끼고 출구 전략을 모색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영국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의 목표는 전쟁의 쳇바퀴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이 전쟁을 끝내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무력 충돌은 어떤 식으로든 외교적 협상을 통해 끝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줄곧 이를 특별 군사작전이라고 주장해왔고 러시아 친(親)정부 언론들도 ‘전쟁’이란 표현은 금기시했다. 제한적 국지전처럼 규정해 사태를 축소하는 식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고 내부 동요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일부 러시아 야당 정치인은 ‘전쟁’이라는 표현을 쓴 뒤 징역 7년에 처해졌다. 푸틴 대통령이 ‘전쟁’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을 의식한 듯한 발언도 했다. 그는 “우리는 이런 입장을 포기한 적이 없다”며 “우리를 적대하는 이들도 이 같은 현실을 더 일찍 깨달을수록 더 좋을 것”이라고 했다. 전날(21일) 바이든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했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18억5000만 달러(약 2조3700억 원) 규모의 군사적 지원을 추가로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전에도 대화를 통한 종전을 원한다고 밝혀왔다. 이날 발언도 내용은 같지만 그 시점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미(訪美), 미국의 군사지원 발표 직후라는 점 때문에 주목을 받았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예정인 패트리엇 미사일에 대해 “꽤 낡은 무기이며 우리의 S-300 대공미사일보다 못하다. 그들이 패트리엇을 배치하겠다고 하면 그렇게 하라고 하라”며 “우리는 그것도 파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언제나 해독제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같은 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일정을 마치고 폴란드를 방문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을 만나 회담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폴란드는 이번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해 미국,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군사 지원을 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