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브레너 前구단주 “깡패 안돼” 콧수염만 놔두고 면도-이발 요구 “예수님도 장발인데” 선수 항의에 “예수님처럼 물위를 걸으면 허용”
뉴욕 양키스 선수가 되려면 두 가지 통과의례를 거쳐야 한다. 먼저 머리와 수염을 말끔하게 깎은 다음 ‘나를 양키스 일원으로 만들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린다’는 간판 아래서 사진 촬영을 마쳐야 입단 기자회견장에 나설 수 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뉴욕 양키스 선수가 되면 면도부터 해야 한다. 덥수룩한 턱수염이 트레이드마크였던 칼로스 로돈이 23일 양키스 입단 기자회견에 수염을 깎은 얼굴로 등장해 턱을 매만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뉴욕=AP 뉴시스
2010년 양키스에 입단했던 박찬호도 출국 전까지 길렀던 수염을 모두 깎은 채 팀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동아일보DB
조지 스타인브레너 전 구단주(1930∼2010)는 1973년 양키스를 인수한 뒤 ‘우리 팀마저 깡패 소굴로 만들 수 없다’면서 선수단에 면도는 물론이고 이발까지 요구했다. 1974년 양키스에 합류한 루 피넬라(79)는 “예수님도 장발이었는데 나는 왜 머리를 기를 수 없냐”고 항의했다. 그러자 스타인브레너는 주변에 있던 연못을 가리키면서 “예수님은 물 위를 걸으셨다. 너도 걸어서 건넌다면 머리를 기를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답했다. 양키스 선수가 콧수염은 기를 수 있는 건 스타인브레너 본인이 대학 시절 콧수염을 기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양키스 선수는 또 유니폼 상의 단추를 모두 채운 채 경기에 나서야 한다. 유니폼을 풀어 헤치는 습관이 있었던 데이비드 웰스(59)는 1998년 MLB 역사상 15번째 퍼펙트게임에 성공하고도 구단주에게 꾸지람부터 들어야 했다.
양키스 유니폼에는 선수 등번호만 있을 뿐 이름이 없다는 특징도 있다. 단, 이 전통은 스타인브레너 작품은 아니다. 1960년 화이트삭스가 처음으로 선수 이름을 쓰기 전까지는 원래 모든 MLB 팀 유니폼에 선수 이름이 없었다. 야구 규칙에도 유니폼에 선수 이름을 꼭 써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역시 유니폼에 선수 이름을 쓰지 않던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같은 구단이 차례로 이름을 쓰기 시작하면서 양키스가 ‘이름 없는 유니폼’의 상징이 됐을 뿐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