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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양키스 선수로 뛰려면… 장발-턱수염은 금지

입력 | 2022-12-24 03:00:00

스타인브레너 前구단주 “깡패 안돼”
콧수염만 놔두고 면도-이발 요구
“예수님도 장발인데” 선수 항의에
“예수님처럼 물위를 걸으면 허용”




뉴욕 양키스 선수가 되려면 두 가지 통과의례를 거쳐야 한다. 먼저 머리와 수염을 말끔하게 깎은 다음 ‘나를 양키스 일원으로 만들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린다’는 간판 아래서 사진 촬영을 마쳐야 입단 기자회견장에 나설 수 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뉴욕 양키스 선수가 되면 면도부터 해야 한다. 덥수룩한 턱수염이 트레이드마크였던 칼로스 로돈이 23일 양키스 입단 기자회견에 수염을 깎은 얼굴로 등장해 턱을 매만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뉴욕=AP 뉴시스

가장 최근에 이 통과의례를 거친 건 왼손 투수 칼로스 로돈(30)이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샌프란시스코에서 뛴 8년 동안에는 얼굴 3분의 1을 덮는 턱수염이 트레이드마크였던 선수다. 6년간 총액 1억6200만 달러(약 2075억 원)를 받는 조건으로 양키스와 계약한 그는 23일 입단 기자회견에 면도를 마친 얼굴로 등장해 “세 살배기 딸과 한 살짜리 아들은 수염이 없는 내 얼굴을 처음 봤다. 아이들이 아빠를 알아봐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2010년 양키스에 입단했던 박찬호도 출국 전까지 길렀던 수염을 모두 깎은 채 팀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동아일보DB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30개 팀 가운데 용모 및 복장 규정이 가장 엄격한 구단이 양키스다. 양키스 선수는 ‘잘 정돈한 콧수염’을 제외하면 수염을 기를 수 없고 옷깃(칼라)을 넘어설 정도로 머리를 길러서도 안 된다.

양키스가 이런 규정을 만드는 데 제일 큰 영향을 끼친 건 1972년 월드시리즈 정상을 차지한 오클랜드 선수단이었다. 당시 오클랜드에는 수염을 기른 선수가 많아 ‘머스타시 갱(The Mustache Gang)’이라고 불렸다. 오클랜드가 월드시리즈 3연패에 성공하면서 MLB 선수들 사이에 수염을 기르는 유행이 퍼져 나갔다.

조지 스타인브레너 전 구단주(1930∼2010)는 1973년 양키스를 인수한 뒤 ‘우리 팀마저 깡패 소굴로 만들 수 없다’면서 선수단에 면도는 물론이고 이발까지 요구했다. 1974년 양키스에 합류한 루 피넬라(79)는 “예수님도 장발이었는데 나는 왜 머리를 기를 수 없냐”고 항의했다. 그러자 스타인브레너는 주변에 있던 연못을 가리키면서 “예수님은 물 위를 걸으셨다. 너도 걸어서 건넌다면 머리를 기를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답했다. 양키스 선수가 콧수염은 기를 수 있는 건 스타인브레너 본인이 대학 시절 콧수염을 기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양키스 선수는 또 유니폼 상의 단추를 모두 채운 채 경기에 나서야 한다. 유니폼을 풀어 헤치는 습관이 있었던 데이비드 웰스(59)는 1998년 MLB 역사상 15번째 퍼펙트게임에 성공하고도 구단주에게 꾸지람부터 들어야 했다.

양키스 유니폼에는 선수 등번호만 있을 뿐 이름이 없다는 특징도 있다. 단, 이 전통은 스타인브레너 작품은 아니다. 1960년 화이트삭스가 처음으로 선수 이름을 쓰기 전까지는 원래 모든 MLB 팀 유니폼에 선수 이름이 없었다. 야구 규칙에도 유니폼에 선수 이름을 꼭 써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역시 유니폼에 선수 이름을 쓰지 않던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같은 구단이 차례로 이름을 쓰기 시작하면서 양키스가 ‘이름 없는 유니폼’의 상징이 됐을 뿐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