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이재명 檢출석 거부 비판 “떳떳하면 당당히 조사받아라” 李 “尹정부 망나니 칼춤 좌시안해” 野지도부도 김건희 의혹 역공 나서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국회 당 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제6차 전국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강원 춘천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가 끝나기 직전 “혐의도 뚜렷하지 않은 이재명에게 언제 소환에 응할 것이냐 물을 게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검찰이 통보한 28일 출석 요구에 대해 불응 의사를 못 박는 한편으로 검찰의 ‘불공정 수사’ 프레임을 부각시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역공에 나선 것이다. 이 대표는 28일 광주·전남 지역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29일엔 검찰 불공정 수사 관련 토론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강공 모드’로 검찰 출석을 거부하고 나선 것에 대해 “제1야당 대표라는 ‘방탄 벼슬’로 특권을 누리겠다는 것”이라며 맹비난했다.
○ 野 지도부 한목소리로 ‘김건희 공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오전 강원 춘천시 강원도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춘천=뉴스1
문재인 정부를 향한 수사들도 열거하며 야권의 단일대오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서해 피격이나 월성 원전 같은 전(前) 정부를 겨냥한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며 “민생은 안중에도 없는 검찰 독재 정권의 실체”라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은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출석 통보를 시작으로 이 대표가 연루된 의혹들과 관련해 줄줄이 출석요구서가 도착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대표는 현재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비롯해 쌍방울그룹에서 변호사비를 대납 받았다는 의혹 등 최소 6건의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당 지도부도 총공세를 펼쳤다. 출석 통보를 넘어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청구까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일찌감치 방어선을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먼저 소환해야 할 사람은 김건희 여사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피의자들은 구형 재판까지 마쳤는데 왜 김 여사만 열외인가”라고 했다.
국회로 체포동의안이 넘어올 경우 부결시키겠다는 예고도 이어졌다. 안민석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소환에 불응하게 되면 그 다음 수순은 검찰의 고민일 것”이라며 “국회에 체포동의안이라는 폭탄을 던지느냐 마느냐다. 만약에 체포동의안을 던지게 되면 당연히 이것은 부결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與 “‘방탄 벼슬’로 특권 누리겠다는 것”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향해 “떳떳하면 검찰 소환에 응하라”고 압박에 나섰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성남에 연고를 둔 기업들이 (성남FC) 후원금을 냈는데, 이례적으로 엄청나게 많은 돈들을 냈다. 합계가 178억 원”이라며 “어느 기업이 프로축구단 후원금을 이렇게 몇십억 원씩 내는 경우가 있었느냐”고 따져 물었다. 주 원내대표는 부지 용도변경 및 준공허가 등 기업별 사례를 조목조목 언급하며 “(이 대표가) 지난해 8월 페이스북에 ‘용도변경을 조건으로 광고비를 받았다 가정해도 이재명 개인이 아닌 성남시민의 이익이 되니 이론적으로 뇌물이 될 수 없다’고 했는데, 잘못된 것”이라며 “용도변경을 조건으로 광고비를 받았다면 제3자 뇌물수수”라고 했다. 민주당을 향해서도 “책임이 없으면 (검찰에) 가서 당당히 밝히고 오면 되는 것이지, 당 전체가 동원돼 ‘야당 탄압’이라고 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꼬집었다.성일종 정책위의장도 민주당의 출석 조사 불응 방침을 ‘생떼’라고 규정하고 “평범한 우리 국민은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았을 때 응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성 의장은 전날 이 대표가 “나를 죽인다고 정부의 무능이 감춰지지 않는다”고 반발한 것에 대해서도 “도대체 누가 이재명을 죽인다는 것인가”라며 “이 대표가 떳떳하다면 검찰의 소환 통보는 오히려 자신에게 씌워져 있는 범죄 혐의를 씻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