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크리스마스] 일부지역 영하 45도까지 떨어져 日도 폭설로 최소 9명 숨져
폭설에 뒤덮인 美 참전용사 묘지 22일(현지 시간) 미국 북서부 노스다코타주 맨던에 있는 참전용사 묘지가 폭설에 뒤덮였다. 쌓인 눈 속에 일부 묘비와 조화가 보이고 멀리 성조기가 나부끼고 있다. 맨던=AP 뉴시스
미국에서는 북극의 찬 기류와 습한 공기가 만나 생성되는 저기압성 폭풍 ‘폭탄 사이클론’이 곳곳을 강타해 폭설과 한파에 따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22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미 50개 주 중 48개 주에 한파 주의보가 발령된 가운데 일부 지역의 기온은 영하 45.6도까지 떨어졌다. 일본에서도 17일부터 23일까지 폭설로 최소 9명이 숨지고 48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공영 NHK방송이 보도했다.
미 국립기상청(NWS)에 따르면 22일 북서부 몬태나주의 산악 지대에서 기온이 한때 영하 45.6도까지 떨어졌다. 서부 콜로라도주 덴버 역시 32년 만의 최저치인 영하 31도를 찍었다. NWS는 미국 전역에서 100개 이상의 최저 기온 기록이 깨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상자도 속출했다. 중부 캔자스주에서는 최소 3명이 숨졌다. 인근 오클라호마주에서도 폭풍으로 인한 교통사고로 2명이 사망했다. 와이오밍주에서는 이날 오전에만 100건 이상의 차 사고가 발생했고, 아이오와주에서도 400건이 넘는 신고가 접수됐다. 미 북부를 관통하는 ‘90번 고속도로’의 약 300km에 달하는 구간이 강풍과 눈보라로 폐쇄됐다. 정전 피해도 잇따라 남부 텍사스주에서만 한파 등으로 약 8만 가구가 정전됐다.
미 자동차협회(AAA)는 연말연시인 이달 23일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약 1억1300만 명이 여행에 나설 것이라고 추산했다. 항공기 추적 웹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 또한 22, 23일 양일간 4400여 편의 항공편 결항을 포함해 총 1만5000편이 지연될 것으로 추산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날씨가 매우 위협적이고 심각하다”며 여행 계획 재고를 촉구했다. 그는 “우리가 어릴 때 알던 그런 날씨가 아니다. 제발 날씨 경보에 주의를 기울이라”고 당부했다.
일본 상황도 심각하다. NHK에 따르면 21일 북동부 아키타현 유리혼조에서는 80대 남성이 지붕에서 제설 작업을 하다 추락한 뒤 눈에 파묻혀 숨졌다. 20일 니가타현 가시와자키에서도 20대 여성이 눈에 파묻힌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2일 홋카이도섬 오토이넷푸촌에는 24시간 동안 168cm의 눈이 내렸다. 야마가타현 오쿠라촌(164cm), 아오모리현 스카유(151cm) 등에도 엄청난 눈이 왔다. 이로 인해 일본 고속도로 15곳의 58개 구간에서 통행이 금지됐고 20개 철도 노선의 운행이 중단됐으며 항공편 결항도 잇따랐다. 기상청은 24일 오전 6시까지 일부 지역에서는 최고 100cm의 눈이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