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일본 후쿠오카 일본의 ‘우유니 사막’ 후쿠쓰 해변 낭만 가득한 우미노나카미치 해변 하카타만의 낙원 노코노시마
후쿠오카현 후쿠쓰시 해변의 ‘거울의 바다’는 썰물 때 얇은 바닷물 위로 비치는 반영 및 일몰이 아름다운 곳이다. 바다 저 멀리로 조선통신사들이 머물던 아이노시마섬이 보여서 한국인들에게도 감회가 남다른 곳이다.
《한일 갈등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꽁꽁 얼었던 일본 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일본 정부가 무비자 개별 자유여행을 허용하고 입국자에 대한 코로나19 방역 조치 등을 모두 해제함에 따라 한일 노선 비행기 편도 급증했다. 특히 한국에서 비행기로 1시간이면 갈 수 있는 후쿠오카는 부산에서 출발하는 배편도 재개됐다. 온천과 골프, 다양한 면 요리로 유명한 후쿠오카에서 겨울 풍경을 담아보았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의 추천을 받은 후쿠오카의 겨울 명소는 일본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힐링 여행지다.》
○‘거울의 바다’에서 ‘빛의 길’을 보다
후쿠오카현 후쿠오카시 북쪽의 후쿠쓰(福津)시 해변. 대마도를 바라보며 3km가량 모래사장이 길게 펼쳐진 이 해변은 ‘거울의 바다’(가가미노우미·かがみの海)라고 불린다. 썰물 때가 되면 바닷물이 모래사장 위로 얕게 펼쳐지면서 후쿠쓰의 하늘을 담아내는 ‘거울’로 변신하기 때문이다. 남미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처럼 아름다운 반영(反影) 사진을 담을 수 있는 곳인데, 후쿠오카 현지인들에게도 이제 갓 알려진 인증샷 명소다. 남쪽의 후쿠마(福間) 해수욕장에서 미야지하마(宮地濱) 해수욕장을 거쳐 북쪽의 쓰야자키(津屋崎) 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가가미노우미에서는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겨울이라고 해서 추위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후쿠오카는 겨울의 절정인 1월에도 온도가 영상 10도 아래로 잘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바다 뷰가 좋은 식당에서 요리사가 즉석에서 만든 초밥을 맛보는 관광객들.
‘고양이 섬’으로도 유명한 아이노시마는 둘레 6.14km, 면적 1.22km²로 초승달 모양으로 생겼다. 지금도 이곳에는 조선통신사들이 머물던 객사 터가 남아 있다. 조선 숙종 때 신유한이 남긴 사행기록인 해유록(海游錄)은 아이노시마 밤바다에 엄청난 수의 등불을 켜 놓고 음악을 연주하며 통신사를 맞이하는 일본인들을 상세히 묘사해 놓았다.
일본인 요리사가 내어주는 초밥을 먹으며 바다 멀리 아이노시마에서 벌어졌던 한일 교류의 향연을 떠올려 보았다. 후쿠오카가 왠지 친숙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썰물 때에 맞춰 거울의 바다 해변으로 가보았다. 웨딩 기념사진을 찍는 일본인 커플, 친구들과 멋진 포즈로 반영을 촬영하는 젊은이들로 바다가 잠시 소란스러웠다.
이곳은 또한 일몰 포인트로도 유명한데, 미야지다케(宮地獄) 신사에서의 일몰 풍경이 그중 압권이라고 한다. 이 신사에서는 ‘거울의 바다’ 중간 지역인 미야지하마 해수욕장 입구까지 직선으로 1.3km가량의 도로가 나 있다. 신사 입구임을 알리는 도리이와 고마이누 석상이 바닷가 쪽에 설치돼 있다. 바로 이 길이 해가 지는 길이다. 매년 2월과 10월이면 바다에서 신사로 이어지는 도로와 햇빛이 일직선이 되는 ‘빛의 길’이 열리는데, 해가 저 멀리 아이노시마 뒤로 질 때까지 사람들이 도로를 꽉 메울 정도라고 한다. 빛의 길에서 해의 정기를 받으면 복을 받는다는 믿음 때문이다.
91개의 붉은색 도리이가 특징인 이나리 신사(우키하시 소재).
○바다 가운데 길, 자전거로 가다
우미노나카미치 해변 공원은 ‘자전거 힐링’ 산책 코스로 인기 있다.
이곳은 일본에서 다섯 번째로 지정된 국영공원이다. 동서 약 6km, 면적 350ha(350만 m²)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공원은 1년 사계절 내내 꽃을 즐길 수 있도록 꾸며졌다. 12월 현재 공원에는 동백꽃과 거의 비슷한 산다화(山茶花·さざんか), 수선화과 식물인 네리네가 활짝 꽃을 피우고 있다. 이 외에 어린이 놀이기구가 모인 원더월드를 비롯해 동물의 숲(동물원), 새들의 연못, 자연 체험관, 마린월드(아쿠아리움), 캠핑장 등 다양한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공원이 워낙 넓다 보니 걸어서는 하루에 다 둘러보기가 힘들다. 그래서 이 해변공원을 찾는 많은 여행자가 자전거를 빌려 공원을 돌아본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대여용 자전거는 3시간 이용하는 데 500엔(약 5000원), 하루 종일 사용할 수 있는 1일권이 700엔(약 7000원)이다. 해변길을 따라 전용 자전거도로가 잘 조성돼 있어서 외국인들도 마음 편히 자전거를 타고 즐길 수 있다.
아일랜드 파크의 그네 쉼터.
○하카타만의 해상 낙원
선상에서 바라본 후쿠오카 시내. 왼쪽의 돔은 프로야구단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안방구장이고, 높이 234m의 후쿠오카 타워(가운데)도 보인다.
‘꽃의 낙원’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 노코노시마의 아일랜드 파크.
후쿠오카 라라포트 쇼핑센터에 설치된 대형 건담 로봇.
연인들을 위해 꾸며놓은 명소도 있다. 사랑의 관음보살인 ‘연관음(戀觀音)’상을 안치해 놓은 것인데, 동양의 ‘사랑의 여신’ 개념이다. 연관음 옆에는 사랑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소원을 담은 나무 명패들이 기둥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지금 후쿠오카는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여행 수요 급증에 ‘엔저 현상’까지 겹쳐 한국인들의 방문이 급격히 늘고 있다는 현지 여행업계의 전언이다. ‘일본의 지중해’라고 자부할 만큼 아름다운 후쿠오카의 해변은 힐링 관광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글·사진 후쿠오카=안영배 기자·철학박사 oj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