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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치병? 항노화? 100세 시대, 이젠 내가 줄기세포 키워 직접 맞는다”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입력 | 2022-12-24 14:00:00

줄기세포 자가 배양기 만든 ‘발명왕’ 의사




미국에서 암치료를 위해 줄기세포 1억 개를 몸에 투여하는데 5억 원, 일본에선 1억 9000만 원이 든다. 암이나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에게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진 줄기세포 치료를 받고는 싶지만 비용이 너무 비싸다. 그림의 떡이라고 할까. 돈이 없으면 줄기세포 치료 근처에도 가지 못한다. 문제는 돈이 있어도 법적 규제 때문에 국내에선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희영 박사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 메디칸 사무실에서 줄기세포 자가 배양기에서 빼낸 줄기세포를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이런 비용을 10분의 1이하로 낮춘다면 어떨까? 또 법적 규제를 피해갈 수 있다면.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한 ‘발명왕’ 의사가 있다. 성형외과 전문의이자 의료기기제조업체 메디칸 대표인 이희영 박사(56). 1999년부터 지방 줄기세포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다 법적으로 많은 벽에 부딪혔지만 액수를 낮춘 방법을 고안했고 결국 줄기세포 자가 배양기를 만들었다.

“원래 배양된 줄기세포는 의약품으로 팔리기 때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감독 대상입니다. 배양에 실패하거나 오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제약사의 도움 없이 최종 안전성 검수를 의사가 한다는 전제 하에 자동화 배양장치를 빌려 각자의 줄기세포를 배양하게 된다면 치료비를 10분의 1이하로 줄일 수 있습니다. 줄기세포를 스스로 배양하면 문제가 발생할 게 없습니다. 완전 밀폐된 상태에서 배양되고 각자의 배양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남에게도 더욱 안전하게 되죠. 대면적 현미경으로 24시간 세포 상태를 원격으로 관찰할 수 있습니다. 줄기세포 배양에 대한 지식도 많이 익히게 됩니다.”

줄기세포 자가 배양기는 줄기세포 치료비용의 95%가 고가의 인건비인데 이것을 해결하고, 동시에 남의 줄기세포와 혼합되는 것을 막는 안전성도 담보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 박사는 “미국에서 줄기세포 배양을 자동화했는데 비용이 더 들어갔다. 자동화하는 기계를 관리하는 사람까지 써야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AI(인공지능)가 하면 비용이 줄겠지만 그 때까진 시간이 너무 걸린다. 수동과 자동 사이인 반자동이 현재로선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여기서 반자동이란 의미는 배양기의관리는 자동이되 배양은 개인이 한다는 의미다”고 설명했다.

이희영 박사가 개발한 줄기세포 자가 배양기. 이희영 박사 제공.

“의사는 약값을 낮추려고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이죠. 전 의사이기 때문에 항상 어떻게 하면 가격을 낮출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줄기세포 자가 배양기를 만들게 됐습니다. 하지만 배양기를 직접 구매하면 큰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빌려서 위탁관리하게 하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화분에 매일 물주는 정도의 노력만으로도 줄기세포를 배양할 수 있습니다. 당뇨 테스트하기 위해 혈액 채취하듯 배에서 가볍게 줄기세포를 빼내 배양기에 넣어 배양하면 됩니다. 배양기가 밀폐돼 있고, 그것을 현미경이 찍어서 인터넷으로 휴대폰이나 패드, 컴퓨터로 보내주기 때문에 세포가 잘 배양 되는 지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체내에 투입하려면 보통은 의사의 시술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배양 된 줄기세포를 들고 병원으로 가야하는 과정이 번거로워 집에서 가까운 병원에 맡겨 위탁관리하게 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렌탈 및 위탁 보관 시스템을 만든 것입니다.”

앞에서 얘기했듯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만든 시스템이다. 결국 줄기세포 치료를 받으려는 사람은 배양기를 렌탈비, 위탁관리비, 시술비만 내면 주기적으로 줄기세포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이 박사가 생각하고 있는 현재의 적정 비용은 1회에 300만 원 정도다. 연간 12~15회 줄기세포를 다량 투여 받아야 하는 전신 항노화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법무법인의 법적 해석도 이미 받아 놨다.

다음은 panacellbio의 블로그에 올라온 글이다.

[올 4월 18일 최 모씨(38)가 심근경색으로 응급실에서 스텐트 시술로 목숨은 건졌지만 심장으로 가는 혈관이 막혀 현재는 심장이 50%의 기능밖에 할 수 없다. 평생 심부전 약을 복용해야 하고 언제 다시 심장이 멈출지도 모른다. 그는 5월 12일 보건복지부에 아래와 같은 내용의 청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



“지금 현재 제가 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은 약물 치료 밖에 없는 현실이나, 줄기세포 치료법을 알게 됐을 때 작은 희망을 갖게 됐습니다. 하지만 심근경색 발생 후 30일 이내에 줄기세포 치료를 받아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다시 한번 절망에 빠졌습니다. 저에게 치료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줄기세포 치료 가능성에 대한 일반인의 희망을 가지고 서울대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받았지만 ‘이게 무슨 일입니까? 신의료기술에 대한 허가를 받지 못해 줄기세포 치료법을 시행할 없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제 저는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평생 약물에만 의존한 채 언제 또 찾아올지 모르는 통증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평생을 살아가야 합니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줄기세포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이제 저한테는 10일 정도의 시간 밖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부디 빠른 시일 내에 줄기세포 치료를 허용하여 두 아이의 아빠로, 한 가정의 가장으로, 아들로, 사회의 한 일원으로 보다 안정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심근경색 스텐트 치료 후 심장 괴사를 막기 위한 연구를 진행해온 서울대병원 심혈관센터 줄기세포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환자의 줄기세포를 심장 근육에 주입하면 심장이 재생된다는 연구를 입증했다. 500여명 환자로부터 효과가 뛰어나고 안정성이 있다고 확인돼 ‘제한적 신의료기술’로 선정돼 현재 영구적 신의료기술로 인가 신청을 한 상태다. 줄기세포를 이용해 심근경색을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이 성공했지만, 규제에 막혀 치료법을 시행하면 ‘불법’이기 때문에 살릴 수 있는 사람도 손놓고 보기만 해야 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심근경색 환자인 경우 응급으로 막힌 혈관을 뚫는 스텐트 삽입술을 거친 후 1개월 내 줄기세포를 주입해야만 효과가 있다. 최 씨는 유효기한 1주일이 남은 시기에 청원서를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다.

줄기세포 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김효수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시술이 불법이다 보니 죽어가는 환자를 마냥 바라 볼 수밖에 없다. 연구팀이 15년이라는 기간을 몰두해 결실을 맺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매직셀 치료법이 필요한 환자가 나오고 있는데 행정적인 절차로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나셀바이오텍을 비롯한 국내 많은 줄기세포 연구기관들에서도 백혈병, 유선암 등 항암효과가 있는 NK세포와 황반변성증, 당뇨병, 간경화, 아토피, 폐섬유증, 퇴행성관절염 등 난치병과 불치병 치료에 효과가 있는 성체줄기세포 치료연구에서 성공했지만 규제로 인해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희영 박사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 메디칸 연구실에서 염색체의 텔로미어 모형이 보이는 가운데 활짝 웃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줄기세포 자가 배양기 렌탈 및 위탁 관리를 다음과 같이 실시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1. 환자가 직접 렌탈회사로부터 배양기를 빌려 사용하고 소모품 비용을 지불한다. 이 과정에서 의료진은 배제 되어야 불법 소지가 없다. 2. 활성 조절, 시기 판단은 원격 접속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3. 소모품 교체는 의료기관이 지정하는 소모품 판매자가 해도 된다. 4. 배양기를 의료기관이 지정하는 장소에 보관하면 침입, 도난, 본인 확인 등  최종 세포 검사에서 비용이 절약된다. 5. 보관소에서는 개별 인터넷, 전원 관리, 보안 관리 등을 제공하고 비용을 받는다.

“식약처가 다른 의약품을 검사할 때 적용하는 규정보다 더 확실한 기준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문제는 없습니다. 그리고 전 이 기술을 모두에게 공개할 생각입니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죠. 제가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래도 제가 얻는 것은 많습니다. 전 이미 서울 휘문고에서 줄기세포 자가 배양에 대해 한 학기 동안 6주간 ‘스스로 배양’ 동아리도 지도했습니다.”

줄기세포는 암을 포함한 불치병 치료, 항노화를 목적으로 각각 ‘맞춤형 배양’을 할 수 있다. 그래서 만병통치약으로 불리는 것이다.

이희영 박사가 만든 줄기세포 자가 배양기 문에 달린 화면으로 관찰한 줄기세포.  미세하게 떠 있는 입자가 줄기세포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지방에서 줄기세포를 분리해 배양할 때 온도, 용존산소, 흔들어 주는 정도, 배양액 기본 성분 비율 등 환경을 조절하면 면역 세포와 중간엽 줄기세포의 비율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중간엽 줄기세포가 많아지면 항노화에 유리한 세포가 되는 겁니다. 우리 인체는 40~60조개의 세포로 구성되며 전신을 위해서는 누적 수 조 개의 세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생명을 다할 때까지 반복되어야 합니다. 수 회 투여로 끝나는 치료와 지속되어야 하는 치료를 구분 할 수 있습니다. 농작물과 같이, 체외에서 계속 계대를 반복하며 숫자를 늘리는 양생이 필요하며, 새로 자란 세포의 분열과 계대가 반복되어도 특성이 변화하지 않도록(방법의 우월성 필수) 해야 합니다. 무효소 자가 줄기세포 배양이 그 방법입니다.”

이 박사는 현재 27명의 자가 줄기세포를 위탁 관리해주고 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7억2000만 달러(약 9230억 원)의 투자를 약속 받았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자가 줄기세포 배양기 생산하는 플랜트를 만드는 사업이다.

이희영 박사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 메디칸 연구실에서 염색체의 일부인 텔로미어 모형을 들어보이고 있다. 오른쪽은 인도의 미인이 사망한 뒤 그의 뼈 구조를 그대로 만든 모형.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이 박사는 2018년 모 약물 자가 실험을 하다 생사의 갈림길에 서기도 했다. 치사량의 12배를 넣는 바람에 목에 구멍을 뚫고 인공호흡기까지 착용해야 했다. 3개월 만에 깨어났고 2년간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이 박사는 1999년 지나친 흡연과 과음으로 심근경색이 찾아왔을 때부터 지방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스텐트(심혈관이 막혔을 때 넣는 기구)를 삽입해야 한다는 말에 대안을 찾은 게 지방 줄기세포였다. 그는 “전문의 시절 혈관외과에서 파견근무할 때 삽입한 지 1년여가 지난 뒤 다시 병원을 찾은 환자들의 스텐트를 보면서 막혔던 혈관과 똑같이 여기저기 엉겨 붙어 있는 경우가 많아 ‘스텐트를 넣어도 문제가 많다’는 생각하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가톨릭의대 은사 중에서 지방의 효용성을 연구하던 분이 있었다. ‘지방이 우리 몸에 해로운 것보단 이득이 되는 게 많다’는 그 은사의 주장에 주의를 기울였다. 당시 지방을 분리해 동물에게 투여하는 시술은 많이 있었다. 사람의 지방을 면역 억제 동물에 다시 이식하는 시술이었다. 부작용도 없었고 효과도 좋았다.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가 한창일 때였다.

해외 사례 등을 찾아보면서 ‘내 지방에서 줄기세포를 분리해 넣으면 되겠네’ 하면서 지방 줄기세포를 연구했다. 지방에서 줄기세포를 분리해 정맥주사로 놓았더니 심장이 좋아졌다. 지방은 혈관을 늘리고 증식시키는 효과를 준다. 어떤 상처든 지방을 넣어주면 회복능력이 훨씬 좋아진단다. 그때부터 ‘지방 마니아’가 됐다.

의대에 입학한 이 박사는 뭘 전공할까 고민하다 성형외과를 택했다. 사람의 병을 고쳐주는 의사지만 예술적 감각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분야가 성형이었다. 사람들의 얼굴과 몸을 고치면서 ‘작품’을 하나 만든다고 생각했다. 그의 취미는 ‘만들기’. 평소 기계란 기계는 다 뜯어보고 그 원리를 분석했다. 궁금하면 뭐든 ‘열어보면 되지’라는 게 그의 철학. 그의 사무실에는 망치와 드라이버 등 의사라기보다는 공장의 공원을 연상할 정도로 다양한 공구들이 넘쳐난다. 대학 다닐 땐 자동차에 빠졌었다. 세계 최고의 엔진을 만들어보겠다며 고향인 군산에 공장용지를 사 자동차 엔진을 여러 개 해체해 놓고 연구를 했었다. 이 박사에게 세상은 연구할 것들을 계속 만들어 줬다.

이희영 박사가 줄기세포 자가 배양기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는 현재 27명의 줄기세로를 위탁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지방 줄기세포를 투입하면서 심장이 좋아지자 ‘내가 사람들에게 뭘 만들어 주면 더 편할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2001년 메디칸이라는 의료기기 제조 회사를 차린 배경이다. 이 박사는 2002년 세계 최초로 지방 압착 이식기를 만들었다. 지방을 분리해 다시 넣는 과정을 안전하게 한 기계다. 가슴에는 지방 이식을 금기시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지방에서 오일 비율을 낮추고 압축하여 넣으니 효과가 좋았다. 얼굴 성형의 경우 흡수가 많이 되고 지방 세포 미세주사가 너무 어렵다는 이유로 이용하는 사례가 드물었다. 하지만 이 박사는 세밀하게 분쇄한 지방을 가슴 및 얼굴에 넣는 시술로 한국의 성형 지도를 바꿨다.

이 박사는 눈매 교정이란 ‘신천지’도 열었다. 눈을 예쁘게 하려면 쌍꺼풀 수술밖에 없었는데 눈 모양을 잘 잡아주는 눈매 교정 기술을 개발했다. 처음엔 “그게 무슨 수술이냐”며 성형외과 의사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지만 지금은 아주 일반화된 시술이 됐다. 이 박사는 지금까지 건수로 300개의 특허를 받았다. 자가 줄기세포 배양기에 들어간 특허만 56개다. 코를 수술하지 않고 실로 높이는 ‘미스코’, 이젠 지방이식의 표준이 된 ‘리포킷’ 등 이 박사가 개발한 의료기기가 70개 정도 된다. 지금까지 연구에 들어간 돈만 수 백 억 원이다. 돈도 벌었지만 까먹은 돈이 더 많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싼 값에 의료 혜택을 주기 위해 발명을 멈추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그 제일 좋은 결과물이 바로 줄기세포 자가 배양기다.

키가 크지 않는 사람을 줄기세포 치료로 키운 사례. 이희영 박사 제공.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