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이하고 있는 산업계가 4분기(10~12월) 줄줄이 ‘어닝쇼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돼 암울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본격 시작되면서 최소 내년 상반기(1~7월)까지는 업계 먹구름이 지속될 전망이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메모리 수요 침체 쇼크가 국내 반도체 업계의 4분기 실적에도 찬바람을 몰고 올 예정이다. 앞서 22일(현지 시간) 미국 최대 메모리 업체이자 업계 3위인 마이크론이 9~11월 1억 달러(약 1284억 원)의 영업 손실을 내며 7년 만에 분기 적자로 돌아서는 등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된서리를 맞고 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동아일보DB
2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전망 평균치)는 7조396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7% 급감했다. 3개월 전 추정치인 11조4062억 원 대비 무려 35.2%가 감소했다. 그만큼 반도체 시장 하락세가 가파르다는 의미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이번 분기 영업이익을 6조5000억 원으로 내다보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시작된 2020년 2분기(6조4473억 원) 이후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이 7조 원을 밑돌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앞서 마이크론, TSMC 등 글로벌 경쟁사들에 이어 투자 규모 하향 조정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도 내년부터 반도체부문 적자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그간 표면화하지 않았던 감산 계획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위민복 대신증권 연구원은 23일 보고서에서 “업계 내 최고의 원가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4분기 낸드 영업적자를 시작으로 내년 1분기는 DS부문 적자, 23년 2분기 D램까지도 영업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해당 부분을 감안 시 삼성전자 역시 하반기부터는 공급 조절에 동참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전망했다.
소비자가전과 TV 등 내구재 소비가 급감하며 LG전자도 보릿고개에 진입했다.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521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11% 감소했다. 내년 1분기(1~3월)엔 하락 폭이 더욱 깊어져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43.2% 꺾일 것으로 전망됐다. 포스코(전년 동기 대비 -64.5%), 롯데케미칼(적자전환) 등 철강·석유화학 업종도 4분기를 기점으로 본격 불황 궤도에 진입할 예정이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산업계, 금융권 등 민간 부문에서 모두 내년 상반기까지가 위태로울 것이라는 전망이 일관되게 나오고 있다. 해당 기간 금리 인상과 세제 정책 등 정부 정책 결정 시 시장 파급 여파가 적극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