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타일러-테일러 로저스(이상 32)가 역대 네 번째 ‘한 팀 쌍둥이 형제’로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둘은 각각 팀 승리를 책임지는 필승조와 마무리 투수 보직을 맡은 만큼 MLB 역사상 최초로 ‘쌍둥이 형제 승리’란 진기록이 나올 가능성도 열렸다.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의 타일러 로저스(오른쪽)와 당시 샌디에이고의 테일러 로저스 형제가 4월 12일 양 팀의 맞대결 경기 등판을 앞두고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샌디에이고 페이스북.
로저스 형제 전까지 MLB 한 팀에서 쌍둥이가 함께 뛴 사례는 세 차례뿐이었다. 1915년 보스턴 브레이브스(현 애틀랜타)에서 같은 유니폼을 입었던 조 섀넌(1897~1955)과 레드 섀넌(1897~1970)이 첫 번째였고, 1953년과 1955~1958년 에디 오브라이언(1930~2014)과 조니 오브라이언(93)이 피츠버그에서 동시에 활약했다. 직전인 1990년에는 오클랜드에서 호세 칸세코와 오지 칸세코(이상 58) 형제가 함께했다.
4월 12일 샌프란시스코의 안방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라클파크에서 만난 샌프란시스코 필승조 타일러 로저스(왼쪽)와 당시 샌디에이고 마무리 투수 테일러 로저스가 악수를 하고 있다. 샌디에이고 페이스북.
하지만 MLB 통산 커리어로 볼 때 앞서 있는 선수는 타일러다. 타일러는 2019년 빅리그에 데뷔해 4년간 15승 8패 평균자책점 2.94를 기록했다. 타일러보다 3년 빠른 2016년에 미네소타에서 데뷔전을 치른 테일러는 7년 동안 21승 26패로 5할에 못 미치는 승률을 남겼다. 통산 평균자책점도 3.42로 비교적 부진하다.
1953년 메이저리그(MLB) 피츠버그에서 함께 뛰었던 에디 오브라이언(왼쪽), 조니 오브라이언(오른쪽) 형제가 당시 프레드 하니 피츠버그 감독과 웃고 있는 모습. 피츠버그 트위터.
쌍둥이 형제가 팀 승리를 함께 일구는 빅리그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 쓰일 수 있다. 과거 오브라이언 형제는 세인트루이스에 0-7로 뒤진 6회초부터 각 2이닝씩을 책임져 추격조 역할을 했지만 이후 팀 타선이 한 점도 내지 못하며 패전의 아픔을 함께해야 했다. 반면 타일러는 샌프란시스코의 필승조, 테일러는 샌디에이고의 마무리로 활약해온 만큼 함께 승리를 따낼 가능성이 적지 않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